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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 Biz] 민영기업이 미·중 전쟁 '첨병'...민영경제 살리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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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5-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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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제재 뚫고 기술성과 내는 민영기업

  • 국진민퇴 속 위축된 민영기업 지원사격

  • 민영경제 발전 中 최초 기본법 올해 공표

  • 習 "민영기업이 국가 경제발전 지원"

  • "공동부유보다 선부론이 우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월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민영기업 좌담회를 주재하고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등 민영기업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지난 2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민영기업 좌담회를 주재하고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등 민영기업인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문 닫고 개 패기(關門打狗), 원양어업(遠洋捕撈)···. 최근 중국 언론에 자주 소개된 중국 민영기업인들이 그간 지방정부에 의해 겪은 대표적인 피해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문 닫고 개 패기’는 민영기업이 지방정부 투자 유치 정책에 이끌려 투자했다가 정작 지방정부가 사전에 약속했던 사안을 이행하기는커녕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산을 빼앗아 가는 행위를 말한다. ‘원양어업’은 다른 지역 지방정부 산하 법 집행기관이 찾아와서 민영기업인을 체포해 기업의 재산을 압류·동결하는 등 불법으로 법을 집행하는 행위다. 

이는 그동안 민간기업인의 지위와 권익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 아래 국유기업 중심의 공유제 경제가 여전히 비대한 가운데서다. 
 
민영경제 발전 中 최초 기본법 마련

그런데 최근 중국이 '민영기업 살리기'에 나섰다. 소비 침체 속에 디플레이션(경기 하락 속 물가 침체) 징후가 확산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 미·중 무역 갈등 고조 등 배경 속에서 중국은 민간기업의 시장 신뢰를 높이는 데 나선 것. 

특히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 중국은 민영기업을 ‘선봉장’으로 내세우겠다는 의도다. 최근 딥시크·화웨이 등 중국 하이테크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뚫고 잇단 기술 혁신 성과를 이뤄낸 가운데서다.

올해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민영경제 살리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민영기업, 민영경제 등 ‘민영’을 모두 7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민영경제가 딱 한 차례 언급한 것과 비교된다.

정부업무보고는 올해 “민영경제 발전의 법률법규와 정책조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올해 이를 위한 민영경제촉진법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민영경제 발전과 관련된 중국 최초의 기본법이 될 전망이다.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민영경제촉진법은 현재 1·2차 심의를 거쳤다”며 “초안 수정 및 보완을 철저히 해서 이른 시일 내에 공표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법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민영경제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요한 구성 부분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흔들림 없이 견지해(兩個毫不動搖)’ 공유경제와 비공유경제(민영경제) 발전을 모두 적극 지원하고 ‘두 가지 건강(兩個健康)’, 즉 민영기업과 민영기업인의 건강한 성장을 촉진할 것임을 법에 명시했다. 민영경제의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국가가 장기적으로 견지해야 할 중대한 방침임도 명시했다.

특히 민영기업의 취약한 법적 지위를 대폭 보강해 어떤 기관도 법령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민영기업에 수수료를 징수하거나, 법적 근거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민영기업에 불공정하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했다. 앞서 언급한 문 닫고 개 때리기, 원양어업 등과 같은 불법 행위를 기본법으로 금지시키겠다는 이야기다. 
 
"공동부유<선부론" 민영기업이 경제 발전 견인
위축되는 중국 민간투자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위축되는 중국 민간투자 [자료=중국 국가통계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나는 시종일관 민영기업을 지원했다”며 민영기업인에게 적극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지난 2월 17일 중국 화웨이·비야디·알리바바·텐센트 등 하이테크 기업을 비롯한 민영기업 수장을 불러 민영경제 좌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시 주석이 민간기업인들을 한데 모아 놓고 격려한 것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정권 때인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민영기업인에게 “먼저 부유(先富)해지고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촉진하며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기여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시 주석이 제창해 온 ‘공동부유’보다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의 ‘선부론’을 앞세운 게 핵심적 변화다. 2021년 이후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규제를 강화했던 중국 정부가 최근 다시 일부 기업의 성장이 국가 전체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민영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차이충신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사람들은 시진핑 주석 주재 민간기업 좌담회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이 회의는 전체 기업계, 특히 민간기업에 비즈니스 투자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민영기업은 자신감을 갖고 투자하고 채용을 늘릴 것이며, 이는 소비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16일 발간된 공산당 이론잡지 '구시(求是)'에서도 "우리 당이 기본 경제 제도에 있어 취하고 있는 관점은 명확하고 일관적"이라며 "공유제 경제를 흔들림 없이 확고히 하고 발전시키며, 흔들림 없이 비공유제 경제의 발전을 장려하고 지원하며 지도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민영기업은 중국 개혁·개방 40년간 경제 발전을 이끈 주요 동력이다. ‘민영경제 56789 이론’이라는 말도 있다. 중국 경제에서 민영기업이 세수기여도의 50% 이상, 국내총생산액(GDP)의 60% 이상, 기술혁신의 70%, 고용 창출의 80% 이상, 전체 기업 수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축이란 뜻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집권 1·2기 때 ‘플랫폼 기업 독점’을 비판하면서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이 앞장서고 민영기업은 퇴장한다)’ 기조를 유지하며 사실상 민영기업인은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중국 보험사 안방그룹과 항공사 하이항그룹 사례처럼 문제가 생긴 민간기업을 국유기업이 인수하고, 중국 민영경제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자가 정부 비판 발언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게 대표적인 예다.   

이는 민간기업 경영 위축으로 이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전체 고정자산 투자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61%에서 2024년 50%로 10%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민간 고정투자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유기업 고정투자가 5% 이상 증가세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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