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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크래커에 낀 韓반도체··· "초저전력, 고성능 등 신기술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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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5-02-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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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현지생산 확대, 북미 수요 대응

  • 시스템 반도체 확보도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압박까지 이어지며 한국 반도체를 두고 넛크래커(호두까기 기계) 사이에 낀 호두의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범용 메모리 시장의 공급과잉과 점유율 경쟁에 치이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폭풍 우려까지 겹쳤다. 업계에선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에 한국의 수출 선두 품목인 반도체마저 휘말리게 된다면 타격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예외는 없다”며 철강의 다음 표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등을 거론했다. 관계자들이 반도체에 부과될 관세 세율과 적용 기준 등 향후 방침을 예의 주시하는 가운데 관세 부과 기준과 범위에 따라 피해 규모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반도체의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엔비디아, AMD 등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늘어나면서 한국 기업의 북미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AI용 고성능 반도체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업체 실적에서도 뚜렷한 매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1~3분기 북미 매출액은 27조3058억원으로 1년 전(9조7357억원) 대비 약 3배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미주 매출(가전·반도체 포함)도 84조6771억원으로 전년 동기(68조2784억원)보다 24%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결국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라는 신호 아니겠느냐”며 “최근 북미에서 발생하던 매출이 증가세도 다시 쪼그라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관세 영향을 받게 된다면 파운드리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진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계속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인건비가 비싼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면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첨단 공정에서는 한국이 아직 앞선 만큼 기술 격차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초저전력, 고성능 메모리를 만들어내는 등 신기술 개발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기술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며 “최근 AI 업계 최대 과제는 비용과 전력 소모다. 에너지를 덜 쓰면서도 최대 연산이 가능한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미국 관세까지 겹친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기존 메모리 반도체 중심에서 시스템 반도체 쪽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 투자 진출을 통해 트럼프발 통상 리스크에 덜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또 HBM 분야에서도 시장 확대를 위한 연구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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