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삼남 김동선 한화비전·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세미텍이 마침내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호텔·리조트·요식업 등 기존 사업의 사세를 키우면서 반도체 장비와 로봇 등 한화의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려는 김 부사장의 행보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반도체 장비 지주회사인 한화비전은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210억원 규모 HBM 제조용 반도체 장비(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이 HBM용 TC본더를 고객사에 실제 납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C본더는 HBM용 칩을 쌓은 후 연결 재료를 굳히는 장비로 HBM 후공정 과정에서 필수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에선 한미반도체와 세메스 등이 관련 시장을 선도해왔으나 이번 납품 계약을 토대로 한화세미텍의 입지도 확대되며 삼파전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화세미텍은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와 함께 TC본더 퀄테스트(품질검증)를 진행했으며 불과 1년 만에 테스트를 통과하며 과거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때부터 40여년간 이어진 기술 노하우를 입증했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플립칩 본더 등 기존 자체 보유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HBM TC본더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인 끝에 비로소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달 세미콘코리아 행사에서 "한화가 HBM TC본더 등 후공정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시장 경쟁력의 핵심은 오직 혁신 기술에 있다"며 "한화세미텍만의 독보적 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부사장은 앞서 한화정밀기계 사명을 한화세미텍으로 바꾸면서 무보수 경영과 연구개발 투자 대폭 확대를 약속했다.
이번 납품 계약으로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NVIDIA) 공급망'에 합류하게 됐다.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은 이번 성과를 토대로 연구개발 비용·인력을 지속해서 확대해 TC본더의 뒤를 잇는 차세대 HBM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에서도 성과를 낼 방침이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HBM용 하이브리드 본딩 상용화를 위해 한화세미텍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