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장벽 게이트?"...'트럼프 킹메이커' 배넌 체포에 대선 코앞 새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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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8-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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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앞세워 모금 홍보 후 조직적 빼돌리기..."전략가 배넌의 작전 설계"

  • 대선 코앞 "멕시코장벽 게이트"...민주당 맹공 러시 vs 트럼프 모른 척 발뺌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새로운 악재가 터졌다. 지난 2016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또 한 명의 킹메이커가 사법당국에 체포됐기 때문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권 초기 중요 정책이었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모금과정에서 수십만 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연방법원을 나오고 있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사진=AP·연합뉴스]
 

"전직 수석전략가, 배넌이 작전 설계"...호화생활 위해 조직적 '모금' 빼돌리기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은 이날 스티브 배넌 전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3명을 온라인 모금 사기 혐의로 체포하고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8년 12월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에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우리는 장벽을 짓는다'란 이름의 모금 활동을 벌였고,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인 국경장벽 건설을 지지하는 기부자들에게 총 2500만 달러(약 297억원)를 모금받았다.

배넌과 함께 체포·기소된 인사는 이라크전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은 공군 예비역으로 해당 캠페인에서 홍보 모델과 같은 역할을 한 브라이언 콜파지(38)와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앤드루 바돌라토(56), 티모시 셰이(49)다.

검찰 측은 이들이 기부금을 모금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뉴욕 남부지검은 성명에서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콜파지는 '기부금 100%가 장벽 건설에 사용되고 단돈 1센트도 챙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수십만 달러를 사취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콜파지는 모금 캠페인을 개설하고 배넌은 기부금을 빼돌린다는 '작전'을 설계했다.

이에 따라 콜파지는 기부금 중 35만 달러 이상을 자택 개조와 성형수술, 보트·고급 SUV·골프카트·보석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부금 불법 유출을 숨기기 위해 배넌은 자신의 비영리단체와 페이퍼컴퍼니를 송장 위조 등의 불법 행위에 동원했으며, 이를 통해 배넌도 100만 달러 이상을 챙기고 수십만 달러는 개인 지출로 충당했다.

이날 오후 배넌은 뉴욕 연방법원에 출두해 무죄를 호소하며 175만 달러에 달하는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고, 법원을 나오면서는 "이 모든 대참사는 국경장벽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장벽을 짓는다' 활동을 하고 있는 브라이언 콜파지와 멕시코장벽 건설 모습. [사진='우리는 장벽을 짓는다'(We Build the Wall, Inc.) 홈페이지]

 
"멕시코장벽 게이트"...민주당 맹공 vs 트럼프 모른 척 발뺌
이날 배넌의 체포 소식은 오는 25일부터 시작하는 미국 공화당의 전당대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출정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장벽 게이트'가 터졌다면서 3개월 앞둔 미국 대선 정국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배넌은 미국에 극우 열풍을 불러온 대안우파(알트-라이트)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했다.

특히 그는 재야에 있던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부추기고 트럼프의 정치스타일과 정권의 정책 방향을 설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정권 초기 백악관에 수석 전략가로 들어가 트럼프의 최측근에서 활동했지만, 다른 참모들과의 잦은 충돌과 돌발 발언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도 틀어지면서 결국 2017년 8월 퇴출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한 전현직 고위층이 해당 모금 캠페인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크리스 코박 전 미국 캔자스주 국무장관은 작년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후 모금 캠페인이 본격화했다면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이 프로젝트를 축복한다. 이를 언론에 말해도 좋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느끼기엔 부적절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배넌과 교류하지 않았다"면서 배넌의 모금 활동에 관해 아는 것도 없고 동의한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캠페인에 관여하지 않았고 반대했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곧바로 배넌 문제를 쟁점화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마크 포컨 민주당 하원의원은 "사기꾼들이 사기꾼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비난했고, 임스 맥거번 하원의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무능한 사기꾼과 거짓말쟁이에게 권력을 줬고 이제 우리는 모두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장벽을 짓는다'는 모금 캠페인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활용해 홍보활동에 나섰다. 해당 단체는 홈페이지에서 여전히 해당 홍보물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우리는 장벽을 짓는다'(We Build the Wall, In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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