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컷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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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숨어있는 4인의 퇴마사들이 지켜낸 혼돈의 세계 1990년대 한국 사람들에게 전지구적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히어로란 꽤 명확했다. 피지컬 좋고 정의롭고 좀 잘생기기까지 한 서양 남자. 세상을 구하는 사람은 다 미국에 있었다. 하늘을 나는 슈퍼맨, 밤거리를 지키는 배트맨, 타국의 적과 홀로 싸우는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들. 지구에 위기가 닥치면 뉴욕이 무대가 됐고, 영웅은 스포010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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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하지만 외계인보다 전쟁이 더 무서운걸요 이 글은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다소 ‘성스럽게’ 등장한 외계생명체는 마거릿(에밀리 블런트)과 다니엘(조시 오코너)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전해 들은 마거릿은 매우 비장한 표정으로 전세계 인류를 향해 입을 뗀다. “Listen&rdqu12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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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호크니의 그림에서 낙엽 한 장의 찬란함을 보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그나마 해본 ‘물감놀이’ 정도가 배움의 끝인 필자는 미술·회화 분야는 말 그대로 문외한이다. 그런 필자도 ‘예술가의 초상(Potrait of the Artist)’을 오래 전 우연히 보게 됐을 때 한참을 쳐다본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이 그림이 그렇게 유명했는지도17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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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드라마 '허수아비'에 담긴 '값진 고구마', 다 삼켜낸 이유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형사사건일 것이다. 1986년 첫 사건을 시작으로 1991년까지 이어진 10건의 여성 대상 강간·살해사건이, 2019년 마침내 진범이 밝혀질 때까지 33년 동안 미제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년이 지나 발달된 과학기술 덕분에 진범이 밝혀지면서 이 사19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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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사람들이 열광한 '사이다물'의 진짜 정체 지난 주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공개 3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 부문에 1위로 직행했다. 공개된지 1주일도 안된 드라마임에도, 유튜브·SNS 등 플랫폼에 수백만 조회수의 숏츠 영상이 이미 넘쳐난다. ‘참교육’이 초반부터 이토록 큰114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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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작아진 장례, 더 선명해진 삶 과거 ‘곡비(哭婢)’라 하여 장례식장에서 전문적으로 통곡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곡소리가 난무할수록 고인이 살아 생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사람이 많이 와 북적북적한 빈소 역시 고인의 위세를 죽음 이후에도 보여주는 장면이다. 빈소를 둘러싼 그 많은 조화의 행렬 역시 고인116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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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모자무싸'의 황동만, 24년 전의 고복수와 만나다 얼마 전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가 종영했다. 오랜만에 거의 실시간으로 정주행한 드라마다. 주인공 황동만(구교환)과 변은아(고윤정)의 범상치 않은 관계를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는데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이 드라마에서 나온 거의 대부분의 ‘대사’다. “내 인320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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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백룸' 세계에 열광한 10대들, '공간 공포'에 현혹된 이유 이날 극장 안 풍경은 좀 낯설었다. 일단 모두들 빠짐 없이 팝콘을 들고 왔고, 꽤 시끄러웠다. 3명 이상씩 무리를 지어 온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90% 이상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이렇게까지 학생들이 극장을 가득 채운 건 학창시절 단체관람 이후 첫 경험이었던 것 같아서 사뭇 낯설었다. 이날 해당 관에 걸린 영화는 ‘백룸’023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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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침묵'으로 보내는 '진짜 어른'의 응원법 사춘기를 정통으로 맞은 10대의 자녀에게 매일 꼬박꼬박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너의 부모가 이토록 잔소리를 성실하게 해대는 이유를 이렇게 들곤 한다. “나중에 네가 훌륭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당사자는 과연 훌륭한 어른이 맞는가. 아니, 훌륭하진 않더라도 우리가 사춘기였을3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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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책을 읽으며 '고소공포증'을 느끼는 순간, '생각근육'이 자란다 생선 칼로 핏덩이의 탯줄을 잘랐다. “앞치마에 묻은 피는 웬 거요?” “생선 피예요.” 그녀는 일어나서 칼을 던져 버리고 씻기 위해 걸어갔다. 그 순간 예기치 않게도 생선 도마 밑에서 새 생명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생선 내장과 잘린 생선 대가리들 사이에서 온통 파리 떼에 뒤덮여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해 끄집어냈다2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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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빌런에서 다크히어로로… '스승의 은혜'는 이제 학교 어디에도 없다 인종과 문화,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해 깊에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샘 리처드 교수는 본인의 유튜브에서 코미디언 이수지의 ‘유치원 풍자’ 영상콘텐츠를 보고 씁쓸한 감상평을 남겼다. 리처드 교수는 “매우 재미있는 영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하다”고2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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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60년에 걸쳐 진화한 '좀비'는 '신인류'가 되는가. 로버트 네빌은 이 땅의 신인류를 내다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그들에게 속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역시 파괴돼야 할 아나테마(저주)이자 검은 공포였다. 죽음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공포. 이제 나는 전설이야. 1954년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가 SF 소설계에서 위대한 고전으로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나는0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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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한국의 오컬트는 무당에 달렸나? 한국인을 설득시키는 '무속'의 힘 영화 '파묘' “쉽게 말해서 묫바람. 조상 중에 누군가가 불편하다고 XX하고 있는 거죠.” “확실한 건가요?” “네, 100%” 3대에 걸쳐 장손에게 닥친, 과학적으로 도저히 분석이 안되는 ‘화(禍)’. 영화 ‘파묘12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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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매 순간 오감을 열어놓는 성실함으로 무가치함과 싸우다 “그가 대신 써준 자서전을 받아든 입후보자들은 그가 덧붙이고 상상한 자신들의 과거에 만족을 표했으며, 일부 문구들을 선거 홍보물에 고스란히 옮겨적기도 했다” 이기호의 소설 ‘수인’에서 박수영은 굉장히 열심히 살았다. 실력 있는 대필가로서 수많은 정치인의 자서전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4년12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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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저무는 미국의 시대, 흑인의 블루스를 앞세우는 절박함 매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비록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영화 시상식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누구 말대로 '로컬 영화제'에 불과하므로 필자는 올해도 이 시상식에 그다지 큰 관심은 없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하 '씨너스')'이 아카데미 사상 최다인 1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13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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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가 어떻게 됐든, 출퇴근에 충실한 위대한 직장인들 ‘지금도 나는 궁금하다.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출간된 지 27년이 지났건만 아무도 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그는 누구냐하면 1999년 어느 날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다. 김영하 작가의 단편 소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속 사건의 당사자다.  13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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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의 자투리 리뷰] 기꺼이 죽는 인간과 희생 거부하는 인간, 두 인간형을 향한 동등한 대우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죽어가는 태양 때문에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우주탐사선에 곧 탑승하게 될 파일럿, 엔지니어, 과학자 이렇게 세 명의 대화 장면이 있다. 갑자기 우주선에 탈 과학자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챈 그레이스가 억울한 듯 말한다. &l13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