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22일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사진은 파키스탄 상인이 22일(현지시간) 카라치의 길가에서 동전을 세고 있는 모습. |
미국발 신용위기 폭풍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면서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회오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부도사태에 이른 일부국가들의 구제금융신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뻗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벨로루시와 아이슬란드 등에 이어 파키스탄도 구제금융신청 대열에 합류했다.
그동안 정치와 치안, 식량위기로 불안감이 증폭되는 등 국가위기 사태를 맞은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함으로써 그 여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IMF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으며 조만간 파키스탄 정부와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가 IMF에 신청한 정확한 구제금융 액수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으나 10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에 앞서 파키스탄 당국은 자금부족을 해결하고 최소 2년간 국가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 100억달러(약13조원)에서 15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성명에서 "파키스탄 당국이 IMF에 구제금융 지원에 관한 협의를 요청해왔다"며 "IMF 대표단은 수일 내에 파키스탄의 경제적 안정과 금융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부토 전 총리 피살 이후에 극심한 정치 및 치안 불안을 겪어온데다 밀가루 품귀현상으로 식량위기까지 겹치면서 사회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루피화가치가 급락하고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외환보유액이 무려 10억달러가 줄면서 파키스탄 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평가다.
파키스탄의 외환 보유고가 급격히 줄면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파키스탄의 대외 지급능력 저하를 고려해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총체적인 위기에 빠진 파키스탄의 외환 보유액은 지난 11일 기준 77억5000만달러로 중앙은행 보유분은 43억달러 선으로 1개월분 수입물품 대금 결제액에 불과한 상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파키스탄은 미국과 중국 등 우방들에 경제 지원을 요청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해결점을 찾지못해 지난 21일부터는 IMF 측과 구제금융 신청 문제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내년 만기에 돌아오는 해외 채무를 상환하는데 50억 달러가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앞서 국가 부도 사태를 피하는데 2년동안 100억 달러를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파키스탄에 앞서 아이슬란드(60억달러)와 벨로루시(20억달러), 우크라이나(150억달러)도 IMF에 각각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아이슬란드는 고금리 정책과 과도한 외화차입을 해온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1976년이후에 서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60억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우크라이나는 예금인출 사태와 은행 유동성 위기, 주식시장 붕괴 등으로 IMF에 150억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며 러시아로부터 분리 독립한 벨로루시도 20억달러 상당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지난 2001년에 이미 국가부도사태를 겪었던 아르헨티나도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펀드 가입자 보호를 위해 민간 연금펀드를 정부가 관리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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