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이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54달러(8%)나 급락한 배럴당 40.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39.88달러까지 하락해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WTI의 장중 저점은 지난 2004년 7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WTI 가격은 지난 7월11일 기록했던 배럴당 147.27달러에 비해 73%가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37센트(0.8%) 떨어진 배럴당 46.28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OPEC는 내년 1월부터 하루 석유 생산량을 22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OPEC의 이번 감산 조치는 역대 최대 규모다. 2004년 같은 규모의 감산을 두 단계에 걸쳐 단행한 적이 있지만 한 번에 하루 220만 배럴씩 감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PEC은 지난 9월 하루 평균 50만배럴을 감산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150만배럴을 추가 감산했다.
9월 생산량과 비교하면 내년부터는 하루 평균 생산량이 420만배럴 줄어드는 것이다.
전 세계 원유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 13개 회원국의 지난해 9월 하루 평균 생산량은 2천904만5천배럴이었다.
더구나 비(非)OPEC 회원국인 러시아의 이고르 세신 부총리는 이번 OPEC 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지난달 하루 35만배럴의 석유수출을 줄였으며 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OPEC의 감산조치에 맞춰 내년에 하루 32만배럴의 공급을 추가로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OPEC의 이번 감산조치에 대해 미 백악관의 토리 프라토 대변인은 OPEC의 이번 감산조치가 "근시안적인 것"이라면서 OPEC는 시장에 원유를 잘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미국 에너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석유재고는 3억2천130만배럴로 52만5천배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석유공급은 9월19일 이후 11%나 증가한 셈이 됐다.
트레디션에너지의 시장리서치 책임자인 에디슨 암스트롱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 또는 그 이하로 떨어질 분명한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내년 하반기 전에는 수요를 진작시킬 어떤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 감산이 이뤄져야 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도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2월 인도분 금 값은 전날보다 25.80달러 오른 온스당 868.50달러로 마감됐고 3월 인도분은 가격도 71센트(7%) 오른 온스당 11.42달러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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