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투자 귀재 조지 소로스가 지금의 금융위기는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자유시장 모델의 실패'를 선언했다.
210억 달러 규모의 퀀텀펀드를 운용하는 소로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자와 금융인들이 참석한 만찬 연설을 통해 "금융 위기의 뿌리가 지난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의한 금융규제 완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미국 주택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위기가 금융 시스템 자체를 손상시키기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규제를 소홀히 한 금융 당국도 부분적 책임이 있다"며 "시장 펀더멘털이란 철학이 의심받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또 "지금의 위기가 사실상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하다"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위기와도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하고 "금융 위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그 어떤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로스는 지난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을 때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부실채권 처리 방침에 대해 "은행으로 하여금 대출을 정상적으로 재개토록 하는데 충분치 못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은행에 자본을 직접 투입하고 자본기준 여건을 완화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소로스의 입장은 금융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은행 등 일부 부실 은행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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