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렵다." 올들어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코스피가 3일엔 장중 1000선마저 붕괴되자 증권가 곳곳에서 탄식이 터졌다.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1000선만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날 주식시장은 개장과 함께 전광판이 온통 녹색으로 물들며 990선까지 밀린 채 출발했다. 올 1월21일 1080선으로 밀린 뒤 2월6일 1210선으로 회복되며 투자자를 잠시 안도시켰던 코스피는 미국과 동유럽에서 불거진 2차 금융위기 여파로 연일 약세를 지속하며 투자자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3일 코스피는 1000선이 붕괴된 채 990선으로 출발한 뒤 오후 들어 1020선을 회복하며 마감했지만 1000선 회복을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다.
이미 손실을 볼대로 본 상황이어서 손절매에 나설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작년 겨울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은 5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는 대학생 이모(23)씨는 "투자한 돈 가운데 이미 300만원을 날려 반토막도 넘게 손해를 봤다"며 "더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아도 지금까지 잃은 원금을 생각하면 털고 나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더 나은 노후를 위해 퇴직금을 맡겼던 60대 남성 하나는 투자 손실 때문에 가족을 볼 면목이 없다.
퇴직금 가운데 30%를 주식에 투자했다는 김모(63)씨는 "은행 이자보다 조금 더 벌겠다는 생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벌써 20% 이상 손실을 봤다"며 "주가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 알았으면 수익을 적게 보더라도 적금에 넣어둘 걸 그랬다"고 전했다.
재작년 증시가 사상최대 호황일 때 주식을 샀던 투자자는 아예 체념했다는 반응이다.
신용카드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인 서모(43)씨는 "2007년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섰을 때 주식투자를 시작해 2년 넘게 애간장만 끓이고 있다"며 "억지로라도 마음을 비워야지 어쩌겠냐"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A증권 지점장은 "작년 10월 1000선이 깨질 때는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환율 문제에 미국, 유럽이 동시에 안 좋아져 대체로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서도 투자 실패에 대한 하소연을 담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
펀드에 1750만원을 투자했다가 750만원만 건졌다는 투자자는 "2년이란 기간 많은 걸 배우고 더불어 많은 희생을 치르고 떠난다"며 "이젠 절대 이런 짓 안 할까 합니다"란 말을 담은 글을 인터넷 카페에 남겼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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