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외국인의 주식 매수로 달아오르면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악재를 녹여버렸다.
주식시장은 닷새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장중 1,300선을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도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 1,310원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사안인데다 과거 북한 관련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도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 증시 1,300선 돌파..환율 반락
6일 주식시장은 지난 주말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8,000선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닷새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1,315.30까지 올랐다가 상승폭이 다소 줄어 직전 거래일 대비 14.10포인트(1.10%) 오른 1,297.85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2천482억 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증시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로켓 발사가 예고돼 있었던 점과 함께 한국.미국.일본 정부의 군사적 대응 자제,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제재 거부 움직임, 과거 미사일 발사시 증시 영향 미미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0원 급락한 1,30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7일 1,292.50원 이후 석 달여 만에 최저수준이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는 환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과도한 원화 약세에 따른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로켓 발사를 근거로 환율이 오르면 매도 기회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리스크'를 반영하는 한국물 신용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CDS프리미엄은 지난 2일 2.95%로 지난 1월 12일 2.79%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진 3일에는 3.00%로 조금 올랐다.
지난 달 초 4.81%까지 뛰었던 CDS프리미엄은 점차 안정돼 한달 만에 2%포인트 정도 내려왔다.
◇ 예고된 악재..학습효과도 작용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예고된 악재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월부터 시험용 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발사하겠다고 예고했었고 지난 달 12일에는 4월 초를 발사시점으로 꼽았다.
과거에 북한 핵 혹은 미사일 관련 악재가 불거졌을 때 금융시장이 동요하지 않았던 것도 학습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1998년 8월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주가는 오히려 5.4포인트 올라가고 환율은 14원이 뛰는데 그쳤다.
그나마 충격이 컸던 것은 2006년 10월 9일 있었던 북한 핵실험 때로 당일 코스피지수는 32.60포인트 급락한 1,319.4로 추락했고 환율도 1년10개월 만에 최대폭인 14.8원 급등했다. 하지만 보름 남짓 지나자 모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북한 로켓 발사는 불확실성이 없어졌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제 금융시장이나 각국 당국의 관심은 금융위기 극복에 있기 때문에 북핵 같은 재료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종우 삼성증권 증권조사파트장도 "북한이 사전에 고지했고 실패로 끝났기에 로켓 발사에는 시장의 관심이 없다"며 "오히려 지난 주말 높은 실업률에도 미국 증시가 오름세를 이어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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