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베이스마케팅(DBM)'이다. 미국 카지노업계도 DBM을 활용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카지노업계가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을 통해 공들여 찾는 고객이 '봉'이라는 점만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인들이 영화를 보는 경우 이들이 영화관에서 소비하는 돈은 기껏해야 일인당 10 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간 900억 달러가 움직이는 카지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지노에서 '타짜'가 이익을 거두면 해당 카지노는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 규모 또한 만만치 않다. 카지노는 결국 '패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패자를 구별해 낼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이 내는 경영웹진 '날리지앳와튼(Knowledge@Wharton)'은 최근 카지노업계가 돈을 쉽게 잃는 고객을 구별해 내는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와튼스쿨 마케팅학 교수인 라구람 아이엔거와 조슈아 엘리아스버그, 뉴욕대 경영대학원 스턴스쿨 마케팅학 교수인 샘 K 후이는 최근 '카지노 게이머들의 수익 모델'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카지노에 가장 유리한 고객을 구별해 내기 위한 수리 모델을 탄생시켰다. 이 모델에는 게이머들의 카지노 방문 빈도, 전체 내기 횟수, 테이블 게임과 슬롯머신에 거는 내기 분포 등에 대한 분석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또 프로 게이머들의 승리가 숙련된 기술에 의한 것인지, 운에 따른 것인지, 또는 도박꾼들이 카지노 입장에서 돈 먹는 하마인지, 수익 창출원인지 등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아이엔거 교수는 "카지노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우수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부분의 카지노들은 이미 고객들에 대한 마케팅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업계가 일부 연구 결과와 유사한 방식의 리스팅을 통해 우수 고객을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구학적인 통계도 유익한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들은 블랙잭과 같은 테이블게임보다 슬롯머신을 선호했고 남성들은 테이블 게임에 더 숙련된 기술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카지노를 찾는 고객들은 본전을 뽑을 수 있을 만한 것에 돈을 소비하려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특히 카지노 고객들은 저마다 특별한 기술이나 범상치 않은 행동으로 특정지어지는 만큼 고객 행동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의 효과는 절대적이다.
미국인 10명 가운데 1명은 영화관보다 카지노에서 더 많은 소비를 한다. 또 미국인들의 전체 소비 가운데는 쇼핑 비용보다 카지노에서 잃는 돈이 더 많다. 전미게임협회(AGA)에 따르면 900억 달러 규모의 합법적 도박에서 카지노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590억 달러에 달한다.
때문에 카지노업체들의 고객 관리 방식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쇼핑몰 운영자라면 고객들이 쇼핑할 때 얼마나 소비하는지,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 등에만 초점을 맞추면 되지만 카지노 대표들은 고객들의 기술 수준까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카드 발급 등을 통해 고객과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
엘리아스버그 교수는 "고객들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수리 모델은 가장 최근 이익을 얻은 게이머가 향후 똑같이 승리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의 카지노 방문 빈도와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테이블게임과 슬롯머신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 지 등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궁긍적인 목표는 게이머들의 기술 수준과 관련, 이론적인 소비 규모가 실제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카지노들은 이미 고객들의 행동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수리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주로 미국 카지노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고객들의 행동 분석을 위해 지난 2004년 12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카지노를 총 9000번 가량 방문한 1500명 이상의 미국인들에게 발급된 고객 카드가 활용됐다.
연구팀은 게이머들의 기술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도박꾼 각자가 펼치는 특별 게임, 카지노의 예상 수익률과 실제 수익률, 도박꾼의 승패가 다음 방문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근거로 다양한 계산 과정을 거쳤다.
연구팀은 도박꾼의 기술이 블랙잭과 같은 게임을 통해 어떻게 향상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수리 모델이 이와 관련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새롭고 구체적인 자료가 고객 조사 결과와 함께 도박꾼의 예산 규모가 카지노 방문시 손실 정도와 같다는 소위 '지갑의 두께(Share of Wallet)'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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