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회관 앞마당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자 전날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를 밤새 찾은 조문객들은 먼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4시 40분까지도 줄어들지 않았다.
고인의 영정과 운구차량(경기 34 자9001)이 움직이자 시민들은 “편히 잠드십시오.” “사랑합니다.”라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했다. “대통령 살려내”라며 정부를 비난하는 소리도 들렸다.
오열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울음소리가 커졌다. 마을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저와 생가를 돌아본 영정이 운구차량에 다가가자 통곡하는 시민들이 더욱 늘어났다. 미리 준비한 노란 종이비행기가 하늘 위를 날았다.
하늘에서 새들이 운구차량 주위를 맴돌자 조문객 몇 명은 “어머 이상하다”며 탄성을 질렀다.
이날 조문객들은 2km에 이르는 봉하마을 입구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수십만의 조문객들 중에은 전날부터 발인을 보기 위해 밤새운 이가 많았다.
앞서 4시 40분 먼동이 터오기 시작하자 장의위원회측은 조문을 한번에 100여명씩 하도록 했다. 발인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을회관 앞마당은 노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었다. 전날 마당에 있던 천막은 철거되고 자유로이 통행이 되던 길은 통제되고 있었다.
5시 3분께 13명의 조총병이 사열 ‘받들어 총’이라는 우렁찬 구령과 함께 운구병들은 태극기로 감싼 노 전 대통령 관을 들고 나섰다.
권양숙 여사와 건호씨 등 유가족과 친지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그 뒤를 뒤따랐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전이 마을회관을 나서자 조문객들 사이에서는 흐느낌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5시 9분 고인이 운구차량에 태워지고 동시에 영정은 분향소로 이동했다. 영정 뒤에 건평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뒤따랐다.
5시 11분께 견전(문 앞에서 지내는 제사)이 시작되고 상주인 건호 씨가 부친의 영정에 술을 따르고 재배했다.
장례전문가 이홍경씨의 낭랑한 대축독축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권 여사를 비롯한 모든 유가족들도 구령에 맞춰 재배를 마쳤다.
이어 영정이 분향소에서 300m 떨어진 고인의 사저를 향했다. 정연씨가 왼편에서 권 여사를 부축했다.
유족들은 고인을 보내는 일을 착실히 수행하면서도 슬픔과 고통을 참아내기 버거운 모습이었다.
유가들이 재배를 마치고 분향소를 떠날 때 발인병의 손에 들려 있던 영정은 어느새 노 전 대통령의 조카인 박상은 변호사에 들려 있었다. 박 변호사의 표정은 비통에 잠겨 있다.
그 뒤를 따르는 권 여사와 유가족들. 권 여사는 울음을 터뜨리진 않았으나 수척한 모습이다. 그의 곁을 따르는 고인의 손녀딸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상주인 건호씨는 북받쳐 오는 슬픔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꽉 깨문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고인의 딸 정연씨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묵묵히 뒤따르기만 했다.
김해= 김종원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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