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유동성이 악화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우건설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산은 고위 관계자는 "금호그룹이 산은에 풋옵션을 넘겨 유동성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우건설을 내놔야 한다"며 "금호생명 등 등 다른 계열사를 팔아봐야 유동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단 산은은 금호 측에 사모주식펀드(PEF) 조성을 통해 대우건설의 풋옵션(주식)을 매입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3조5000억원을 끌어 모았다. 그 대신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하회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만300원 수준으로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금호 측은 3조~4조원 정도의 차액을 보전해줘야 한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금호 측의 대우건설 보유 지분은 현 32%대에서 72%대로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금호가 PEF에 풋옵션을 넘겨 유동성 압박에서는 벗어날 경우 대우건설을 그룹에서 완전 분리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풋옵션(지분)과 함께 경영권도 넘어간다.
이에 산은은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인수해 시장에 재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호측은 일단 대우건설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아직 풋옵션 행사까지 시간이 남아있고 다른 재무적투자자들을 모아 풋옵션을 넘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호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매각이 지연되고 있지만 금호생명 및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편 채권단은 재무개선 약정 체결 대상 9개 대기업그룹 중 금호 등 1~2개 대기업그룹에 대해서는 우선 큰 틀에서 재무개선 약정(MOU)을 맺는 데 합의했다. 세부 약정 내용에 대해서도 6월 중으로 추가 협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