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회장, 반도체 살리기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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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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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동부하이텍 농업 부문을 매각하고 반도체 부문을 살리기로 한 것이다.

김 회장은 19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사재 3천500억원을 출연해 동부하이텍이 100% 지분을 가진 동부메탈 지분 중 절반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또 동부하이텍의 농약·비료 사업 부문을 분사·매각하고 각종 부동산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농약·비료 사업 부문과 유화, 반도체 부문으로 구성된 동부하이텍은 2004년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산업은행 등 10여 개 금융기관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을 통해 1조3천억 원을 조달했다.

당시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사업이 꾸준히 이익을 내면 부채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융권 부채가 1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은 올 상반기 2천100억 원 매출에 796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연간 1천98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영업적자에 금융 비용 부담까지 늘면서 동부그룹은 알짜 계열사인 동부메탈을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양측이 주장하는 가격 차가 너무 커 협상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최근에는 반도체 부문에서 월간 흑자를 내는 등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데 금융 비용 부담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 됐다"며 "사재 출연은 반도체 산업을 제대로 해보자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에 대한 김준기 회장의 의지는 2002년 동부전자가 아남반도체를 인수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을 하던 동부전자는 사업영역이 겹치는 아남반도체가 매물로 나오자 신규 라인을 설치하는 것보다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아남반도체를 인수한 뒤 동부아남반도체로 이름을 바꿨다.

2006년 사업 확장과 함께 반도체 사업 부문은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재출범했다가 이듬해 동부한농에 합병되면서 동부하이텍이 됐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인수·합병을 거치는 동안 동부의 반도체 사업은 2004년 1천억원, 2005년 2천130억원, 2006년 1천9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동부한농과 동부하이텍을 2007년 합병한 것도 우량 계열사에 적자 계열사의 부채를 넘기는 것이라 투자자들의 반대가 심했다. 반도체 살리기였던 셈이다.

동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라 부가가치가 높다"며 "금융 비용만 아니라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보 처리용인 비메모리 반도체는 고도의 공정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에 밀려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날로그 반도체 리더스 포럼을 개최하는 등 비메모리 업계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아날로그 반도체는 빛과 소리, 온도 등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거나 반대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해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사용된다.

이와 관련해 박용인 동부하이텍 사장은 "아날로그 반도체는 수익성이 높은 선진국형 사업"이라며 "아날로그와 파워 반도체 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농약·비료 사업 부문과 유화 부문을 분사·매각하게 되면 동부그룹은 금융과 제철, 건설, 물류, 반도체 부문으로 재편된다.

동부하이텍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금 3천500억원과 부동산 매각 등으로 조달할 총 1조5천억원으로 금융부채를 덜어내면 4천억원 정도로 부채 규모가 줄어들어 한결 가벼운 몸으로 동부그룹의 핵심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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