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제품의 탄생과정에는 '산고'의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마케팅전략을 짜는 데 그 이상의 진통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품의 독창성이 너무 뛰어나 설명하기 곤란하거나 제품 특성이 금기어나 터부와 연관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의 자매지인 포춘스몰비즈니스(FSB)는 최근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이상의 기지가 반영된 마케팅 성공 사례 몇 가지를 소개했다.
미국인 발명가 톰 어빈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형광등 전구를 발명했다. 어빈의 전구는 표면이 실리콘 처리돼 있어 일반 전구처럼 깨져도 수은이 방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빈은 난관에 부딪쳤다.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품을 어떻게 설명할지 몰랐던 것이다. 비슷한 종류의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려움은 더 컸다.
이 때 전문가들은 어빈에게 소비자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하라고 조언했다. 전구의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일반 전구의 위험성을 강조하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키 작은 남성 전용 의류 매장을 연 콘수엘로 보바는 한동안 사전과 씨름했다. 이 매장에서는 체구가 작은 이들도 추가 비용 없이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살 수 있다. 문제는 매장을 홍보하는 데 '키가 작다(short)'는 표현이 필요하지만 이 말이 남성들의 자존심을 구긴다는 것이었다.
금기어 때문에 고민하던 보바는 'BMW는 성취', '볼보는 안전'과 같은 연상어를 찾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결과 탄생한 매장 이름이 '딱 맞는 옷(FortheFit)'이다. 전문가들은 이 이름이 특정 고객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고 오히려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비데제조사 브론델을 설립한 스콧 피니조또는 차세대 변기 '스워시'를 시장에 내놓고 비웃음을 샀다. 유럽과 아시아에 비해 미국에서는 비데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배설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터놓고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비자 상대 마케팅의 한계를 절감한 피니조또는 소매업자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배설에 대한 얘기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 비데가 유럽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소매업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기로 한 것이다. 피니조또는 뉴욕 중심가인 타임스퀘어에 부스를 만들고 비데 체험 행사를 여는 등 입소문 마케팅에도 공을 들였다.
마케팅 전문가인 조 캘로웨이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그 제품이 어디선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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