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테러 후폭풍, 이라크 정국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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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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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라크 정부청사 폭탄공격의 여파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이라크 정국에 소용돌이를 일으킬 전망이다.

지난 25일 이라크 법무부와 바그다드 주정부청사를 겨냥한 동시 차량폭탄공격은 우선 치안 안정을 지지기반으로 지탱해 오던 누리 알-말리키 총리에 치명타를 안겨줬다.

이번 공격은 지난 8월 19일 재무부와 외무부 청사 등 동시 폭탄공격으로 101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라크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던 정부청사 일대가 잇따라 무장세력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말리키 총리의 치안 관리 능력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말리키 총리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극도로 불안정했던 치안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는데 성공하며 지난 1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계속되는 폭탄공격으로 내년 1월 16일 총선에서의 승리가 더욱 불투명하게 됐다.

내년 6월, 4년 임기가 만료되는 말리키 총리로서는 총선 승리가 자신의 정치생명과도 직결되는 명제다.

이라크 총리는 의회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총리 재임을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의원을 총선에서 더 많이 당선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잇따라 터지는 폭탄공격으로 인해 말리키 총리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이라크 시아파 최대 정당인 이라크이슬람최고회의(ISCI)가 지난 8월 총리를 배제한 새 연맹체를 결성한 것도 말리키 총리에게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이슬람 시아파인 말리키 총리는 지난 1일 시아파 주요 정당은 물론 수니파 소규모 정파 및 기독교계 정파까지 모두 40개 정당과 단체로 구성된 '신 법치국가연합'을 출범시키며 돌파구 마련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선이 다가올 수록 무장세력의 폭탄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말리키 정부를 친미 정부로 규정하고 있는 수니파 무장세력은 미군 철수 시기를 틈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레이먼드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성공적인 선거를 막기 위해 공세를 펼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들은 각종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이라크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장세력의 잇단 폭탄공격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지방으로 철군 작업을 마무리한데 이어 내년 8월까지는 8만여명의 전투병력을 철수시키고 2011년 말까지는 4만여명의 지원병력까지 모두 철수시킬 방침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라크의 치안이 2006∼2007년 종파간 갈등으로 최악에 달했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철군 일정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총선을 치르기 위한 이라크 선거법 개정이 종파간 갈등으로 계속 지연되자 총선이 연기될 경우 미군 철군 일정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당시 대량파괴무기 제거, 사담 후세인 당시 대통령 축출을 통한 민주주의 확립 등을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미국으로서는 이라크의 치안 안정이 자국의 전쟁 명분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나 다름 없는 실정이다.

전쟁 발발 이후 대량파괴무기는 단 1기도 발견하지 못했고 오히려 폭탄테러가 늘면서 이라크 치안은 전쟁 이전보다 훨씬 악화됐다.

결국 안정된 치안 속에서 내년 1월 총선을 무난히 치른 뒤 새 의회와 새 정부를 중심으로 이라크 재건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무장세력의 공격 앞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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