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성지건설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두산가 형제들간의 화해 가능성에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6년 두산그룹 회장직에 취임한 고 박 전 회장은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 체질을 변화시킴과 동시에 재계 서열 10위권까지 그룹을 끌어올렸다. 현재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모두 고 박 전 회장이 CEO시절 인수한 기업들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 박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발생한 형제들 간의 경영권 다툼인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두산가에서 제명됐다. 차남인 중원씨도 두산산업개발 상무직에서 함께 해임됐다.
이후 벌어진 형제들 사이에 벌어진 지루한 법정 다툼은 결국 박용오(2남) 박용성(3남) 박용만(5남) 박용욱(6남) 등 두산가 4명의 형제가 모두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으며 일단락됐다.
결국 이들 형제들은 상처를 입은 체 각자의 길을 갔으며 이후 왕래가 없었다. 형제의 난의 중심에 서 있던 고 전 박 회장은 성지건설을 인수, 재기에 나섰으며 나머지 형제들은 두산그룹 경영에 매진했다.
이런 두산그룹 형제들이 다시 한번 한자리에 모였다.
장남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오전 동생의 별세 소식을 듣고 "가족으로서 그리고 두산그룹의 전직 회장으로서 예우를 갖춰 장례 준비를 하라"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비보를 접하고 한 걸음에 달려온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박용만 ㈜두산 회장·박용욱 이생그룹 회장·등도 빈소를 지켰다.
특히 형제의 난 때 고 박 전 회장과 가장 큰 대척점에 섰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해외출장 중 급거 귀국, 오후 늦게 조문한 자리에서 "놀랍고 착찹하다"며 먼저간 형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화해의 '바로미터'는
빈소 여기저기서 '화해 모드'가 감지되자, 두산그룹의 성지건설 지원여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성지건설은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차입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경영상 압박이 심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까지 100%를 밑돌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에는180.7%까지 확대돼 차입금 의존도는 40%를 웃돌고 있다.
실제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자살하기 바로 전 날 밤에도 아들인 박경원 성지건설 부회장과 자금난 해결책을 의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두산그룹이 화해의 제스처 차원에서 성지건설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형제의 난 이후 그룹에서 축출된 고 박 전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경원(성지건설 부회장)씨와 중원씨의 두산그룹 재합류도 화해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현재 두산그룹 오너 4세들은 각 계열사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용곤 회장의 장남 정원씨는 두산건설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진원씨도 두산인프라코어 전무로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재 두산그룹의 재무 여건 상 성지건설 지원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산그룹은 지난 6월 시장의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구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경원씨와 차남씨의 두산그룹 재합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형제의 난 이후 두산그룹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부문은 더욱 그렇다"며 이들의 그룹의 재합류 여부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한편 박 전 회장의 장례식 발인은 6일 오전 10시 천주교 장례미사로 거행된다. 장지는 경기 광주시 탄벌리 선영으로 부인인 고 최금숙 여사와 합장될 예정이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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