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전일 상장 주간사 선정 등 준비 작업에 돌입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6∼7개월 후인 내년 상반기께 시장에 데뷔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삼성일가와 그룹계열사는 계획대로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약 7조원에 달하는 평가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는 이 차익을 계약자에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또 현재 2심을 진행 중인 삼성차 부채 문제와 그룹 내 지배구조 변화도 관심의 대상이다.
◆ 삼성, 삼성생명 상장 차익 7조원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생명 지분 구조는 이건희 전 회장 20.76%, 신세계 13.57%, 삼성에버랜드 13.34%, 제일은행신탁 6%, CJ제일제당 4.8%, 삼성문화재단 4.68%, 삼성생명공익재단 4.68%, CJ 3.2% 기타 28.97%로 구성돼 있다.
현재 업계에서 평가하고 있는 삼성생명 가치는 70만원선. 만약 이 가치가 그대로 적용되면 이 회장 지분 415만주(20.76%)의 가치는 3조1500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 계열사들 지분(51.76%) 가치를 합하면 7조 원이 넘는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을 상장하면서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30%를 초과하는 지분을 구주 매출한다면 삼성그룹은 당장 약 3조 원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소비자연맹 등 일부단체는 상장차익을 계약자에 배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앞서 생보업계는 지난 2007년 이 논란에 대비해 1조5000억원을 20년에 걸쳐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키로 한 바 있다. 당시 정부 역시 상장관련 계약자 배당에 대한 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상장차익에 비해 사회공헌기금은 수천억원에 불과해 논란의 여지는 다분하다.
◆ 삼성차 부채와 금융지주 전환
삼성그룹 입장에선 삼성차 채권단이 제기한 부채 환수 소송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1심 재판부는 삼성이 1조6000여억원 상당의 원금과 연 6%를 계산한 손해배상액 6900억원 등 2조3000여억원을 채권단에 지급해야한다고 판시했다.
삼성 측 항소로 현재 진행 중인 2심에서 이자의 일부를 부담해야한다는 결론이 나면 이 전 회장이 추가로 50만주를 출연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전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지분이 365만2000주(약 18.26%)까지 떨어져 에버랜드가 다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는 점이다. 에버랜드 지분은 현재 SC제일은행에 신탁한 6.0%를 포함하면 19.34%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에버랜드는 자동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고 자회사 삼성생명은 제조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7.21%를 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즉 이 회장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최근 삼성화재, 삼성증권 지분 처분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동원해 삼성생명 1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삼성생명 지배구조 변화…후계구도
무엇보다 이번 삼성생명 상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연견돼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삼성차 관련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그룹 경영권 승계와 후계구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용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한다면 금융과 제조를 분리할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삼성에버랜드가 금융과 제조를 동시에 보유하는 비은행지주로서 역할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7월 개정된 금융지주사법 22조에 따라 자회사 보유 제한조치 적용이 5년 동안 유예되고 한차례 2년 연정이 가능해 최대 7년까지 유예되므로 장기 이슈로 돌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에버랜드 상장이나 SDS합병, 금융·제조지주 체제 설립 후 통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의미를 감안하면 지배구조 개편 밑그림은 이미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을 계기로 지배구조 변화와 승계구도에 대해 사회적 정당성을 얻는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전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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