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07년 중국펀드 열풍을 시작으로 최근 러시아펀드의 상승세에 이르기까지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 지킴이 노릇을 했던 해외펀드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지난 9월 10일부터 이어진 해외펀드의 순유출 행진에는 브레이크가 없었고,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 일몰 영향으로 해외펀드 환매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환매 추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투자대상 지역/섹터에 따른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어 해외펀드시장 축소로 이어지기보다는 스마트 투자로의 점진적인 변화 가능성을 포착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하반기 해외 주식형펀드 비과세 시행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해외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수익률이 급감하면서 소폭의 유입세가 이어지는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흐름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25일 해외 주식형펀드에 대한 비과세혜택이 올해말로 종료되고 손실분에 한해서만 2010년 한해동안 세금부과가 유예된다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다. 이에 중국·브라질·러시아 등 이머징시장 차별적 상승세로 원금회복에 성공한 투자자들은 이익실현에 나서고 있고 최소한 올해말까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해외펀드 자금동향을 살펴보면 유입과 유출에 각각 특징이 있다. 우선 유입펀드는 달러약세 및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며 원자재가격이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러시아 및 동유럽펀드, 원자재펀드 등이 유입세를 기록했다. 반면 유출펀드는 과거 대규모 유입세를 보였던 펀드 중에서 최근 수익률 회복에 성공한 브릭스펀드나 홍콩비중이 높은 중국펀드 등 차별적 상승세를 기록한 이머징펀드들로 채워졌다. 특히 중국펀드는 본토와 홍콩으로 양분됐다. 중국본토펀드는 향후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둬 자금유입세가 나타나는 반면 홍콩비중이 높은 펀드는 이익실현이 이어지며 환매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차별화 속에 해외펀드는 원금회복에 성공한 펀드를 중심으로 2010년에도 이익실현성 환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탈한 자금을 어떻게 펀드시장으로 재유치하느냐에 있다. 내년도 펀드시장의 무게중심이 국내펀드로 쏠린다고 해도 해외펀드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안정화 및 추가 수익 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투자의 방향이 종합자산관리의 측면이 강화되며 포트폴리오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변화의 시점에서 각 운용사들의 2010년을 준비하는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내년도 상품전략에 대한 간략한 조사를 실시해본 결과 대부분의 운용사에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 일몰에 따른 펀드시장 위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트폴리오 투자의 정착기가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기존에 출시된 상품 리모델링이나 라인업 정비를 통해 해외펀드 시장의 질적 변화기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본시장법 시행이후 완화된 제한사항을 활용하여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새로운 상품시장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2010년 해외펀드시장에 가장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상품유형은 100% 재간접펀드인 Fund of Fund(이하 FoF)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해외자산을 90% 이상 편입하고 있는 역외펀드(국내 주식 10% 미만 편입가능)도 재간접펀드에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됨에 따라 관련펀드의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해외펀드 비과세 적용으로 침체일로에 있던 역외펀드 시장도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펀드시장에 등록되어 있는 역외펀드는 8월말 기준으로 약 2조 원 규모로 해외 주식형펀드에 비하면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투자대상 지역/섹터를 살펴보면 규모의 차이를 느낄 수가 없다. 등록된 역외펀드 중 주식형펀드에 대해 투자대상 지역/섹터에 따라 분류해보면 해외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는 대규모 지역/섹터펀드는 물론 산업재, IT, 바이오 등 다양한 섹터펀드도 포함하고 있다. 절대적 규모는 작지만 이미 등록된 역외펀드가 가진 다양성에 추가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성과가 검증된 역외펀드가 국내 시장에 즉각 소개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은 해외펀드 업그레이드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주식형펀드에 치우쳤던 해외펀드 시장도 다양한 유형의 펀드가 출시되고, 이머징시장에 편중되었던 투자대상 지역/섹터도 확대되면서 균형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신규 도입 혹은 재출시를 앞둔 유형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100% 재간접펀드 형태의 FoF(이하 100% 재간접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100% 재간접펀드는 기존의 해외 주식형펀드가 해외운용사 자문료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체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환헤지의 문제도 100% 재간접펀드는 전체 자산의 93% 수준에서 역외펀드를 담고 나머지는 환헤지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위험에서도 일정수준 자유롭다. 이러한 100% 재간접펀드는 다양한 펀드군과 운용의 효율성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역외펀드의 국내시장 재진출의 추가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둘째 세제혜택의 장점을 바탕으로 주식형펀드 위주로 성장한 해외펀드시장에 다양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재간접펀드(FoFs)가 재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펀드시장에서 재간접펀드는 금융위기 등의 혼란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양한 자산을 담을 수 있는 혼합형위주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추구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 소개될 재간접펀드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혼합형의 글로벌 자산배분형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며, 그외 꾸준히 관심펀드로 주목받는 Fund of Hedge Fund도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는 장기투자트렌드와 자산배분투자가 정착기로 접어들면서 라이프싸이클펀드(Target Date Fund)와 자산배분펀드(Target Risk Fund 등)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프사이클펀드는 미국시장에서 지난 금융위기로 인해 전체 펀드시장이 위축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Target Date Fund는 역외펀드로는 이미 국내시장에 들어와 있지만 인지도도 낮고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아직은 생소한 펀드이다. 자산배분펀드의 한 형태인 Target Risk Fund는 주식자산의 비중조절을 통해 위험선호 수준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유형이다. 그외 다양한 방식의 엄브렐러 펀드도 펀드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펀드들이 국내 시장에 소개되면서 해외펀드시장의 라인업 구축이 본격화되면 해외펀드 시장은 과도하게 치우쳤던 이머징지역펀드 위주의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는 펀드맵이 점차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 포트폴리오 투자가 안정화되면 2010년 해외펀드 시장은 그동안의 양적 팽창시대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고 질적 성숙기로의 진입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과거와 비교해서 급격한 변화가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조용하지만 강한 변화의 바람이 기대된다.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