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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점화된 '집값 바닥' 논쟁…매매시장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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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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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 줄고…거래 늘고…각종 지표 '바닥' 신호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경기도 용인 죽전동에 살면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K씨(남·47). K씨는 지난 주말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최근에 매입한 아파트가 5000만원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K씨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은 작년 11월 말. 살던 아파트를 팔고 인근의 아파트를 새로 산 것이다. 전용면적 154㎡로 매입가는 5억6000만원. 살던 아파트(85㎡)는 4억8000만원에 팔았다. 부족한 돈은 은행대출로 충당했다.

K씨가 알아본 결과 새로 산 아파트는 층과 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6억3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두 달도 안 돼 50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K씨가 판 아파트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한 때 4억원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4억8000만원까지 회복됐다. K씨는 또 자신의 아파트를 매입한 새 집주인은 전세로 살다가 집값이 오르자 은행대출을 받아 아예 집을 샀다고 덧붙였다.

심화되는 전세대란이 매수세를 끌어당기며 집값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 개선된 지표…"바닥처럼 보이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이 12일 ‘2010년 부동산시장 진단과 2011년 전망’을 통해 집값이 지난해 7월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집값 바닥 논란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 변화를 보면 지난해 7월 전국적으로 0.1% 하락한 이후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고, 서울과 수도권도 하락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토지주택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11월 아파트 거래건수가 각각 전월 대비 22.7%, 30%씩 늘어나 2009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저점을 벗어났다는 추정이다.

최근 집값이 바닥을 확인했다는 근거로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감소, 주택 거래량 증가,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되는 매매가 상승률 등을 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연구원(원장 강영일)도 최근 감정평가사, 공무원, 교수, 연구위원 등 전문가 105명으로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1년 상반기 주택가격이 1.5~2.5%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집값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집값이 상반기 상승세로 반전되면서 전국 평균 1.5~2.5%, 서울 2~3%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주택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로는 43.2%가 주택가격이 저점이라는 인식의 확산, 27.3%는 경기상승 기대감에 따른 주택 구매력 증가를 꼽았다.

집값이 최저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51.4%가 “그렇다”고 답해 바닥론에 힘을 더해 줬다. 또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58.1%가 동의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집값 바닥론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 곳곳에 불안 요소가 상존하고, 추가 금리 인상 또한 주택시장의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집값에 여전히 거품이 끼어 있으며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전세난이 매매시장 움직일까

문제는 8년 만에 겪고 있는 최악의 겨울 전세난이 단순히 전세시장에 그치지 않고, 매매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금의 전세대란은 근본적으로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때문이다. 그동안 도심에서 진행된 동시다발적인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주택 품귀현상이다.

또 매매수요가 계속해서 전세수요로 남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급락했던 집값이 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면서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확신이 없는 데다 적지 않은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굳이 집을 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속에서도 집값 움직임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전국 아파트값은 1년 전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2009년 12월 평균 2억4590만원에서 지난해 12월 2억4496만원으로 94만원 하락했다. 서울도 4억7393만원에서 4억6746만원으로 647만원이 떨어졌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 결과에서도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2.45%, 수도권 -3.76%, 1기 신도시 -4.58%로 전국 집값이 대부분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전셋값이 치솟고 집값 바닥론에 힘이 실리면서 K씨의 경우처럼 주택 구입자들이 늘고, 이것이 매매시장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지표를 보면 작년 하반기쯤에 집값은 바닥을 확인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며 “소위 말하는 강남지역 ‘큰 손’들이 작년 말부터 서서히 부동산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작년 10월 기점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분위기는 타고 있지만 급매물 소화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며 “미분양 등 여전히 문제가 산적해 있고, 수요자들의 느끼는 눈높이(매수희망가격)에 아직도 (가격대가)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바닥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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