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지난해 연말 일부 공장 점거파업을 벌이다 정규직 노조의 중재로 파업을 중단한 바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최근 다시 결집하고 있다. 22일 새 집행부 설립을 공식화 한 이 노조는 23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도로 점거 노숙파업을 벌이다 23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충돌을 빚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 역시 올 5월 사측과 임단협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노조 전임자를 제한하는 타임오프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 최근 들어 가장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년 동안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통과시킨 바 있다.
최악의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조의 이해관계가 맞아 공동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사측의 고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아차 역시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늘어나는 수요를 맞출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초 상반기 중으로 예정된 중형 세단 K5의 유럽 수출도 9월께로 미뤘다.
기아차 화성 공장은 현재 K5를 월 1만4000대 가량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월 6000~7000대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데다, 미국 판매가 월 4000대(2월 4629대)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6000~7000대에 달하는 북미·중동·중남미 수출을 위한 생산량이 공급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는 노조와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40대에서 11% 늘어난 44.4대(월 1500대 증산)까지 늘리는 데 합의했으나 밀린 물량을 해소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K5 주문시 3개월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K5는 중국 장쑤성 옌청에서도 생산(월 3500~4000대)되고 있으나 전량 현지 판매된다. 유럽 판매를 위한 여력이 전혀 없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K5 생산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노조가 해외생산을 반대하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한편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에서도 노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디트로이트에서 회동을 갖고 현대차, 도요타 등 외국 자동차 회사의 미 공장에 노조 설립 추진을 본격화 했다. 지난 2008년 말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빅3’가 경영난에 처하며 힘을 잃은 UAW가 조직 재건을 위해 외국 회사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노조 설립이 현실화 할 경우 미국서 생산규모를 늘리려던 현대·기아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 노조를 피하기 위해 노조 영향력이 적은 지역(각각 앨라배마주, 조지아주)에 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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