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약 실태점검>"주인 없는 공약? 대통령만이 아닌 모두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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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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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용석·박재홍 기자) “역대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정부도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경제력 집중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대론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력과 삶의 질 격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격차는 결국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류국가·희망공동체 대한민국은 지방에서 시작됩니다. 하나하나 모은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권역별 정책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서문 가운데 일부다. 당시 한나라당은 중앙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회(위원장 김형오) 주도로 집권시 중앙정부의 정책 공약을 담은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과 함께 권역별(강원, 경기·인천, 광주·전남북, 대구·경북, 대전·충남북, 부산·울산·경남, 인천·경기, 제주) 공약집을 펴냈다.
 공약 검증을 총괄한 김형오 의원은 ‘편집후기’에서 “400여명의 정책전문가들이 참여했고, 180여차례 토론과 회의를 거쳤다”며 “최종 결정단계에서 대선후보는 국민의 편에 서서 혹독하다 싶을 정도로 장시간 난상토론으로 공약 안을 검증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정부의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 발표를 20여일 앞둔 지난달 9일 대선공약의 하나인 “신공항 사업 원점 재검토”를 주장, 파장을 일으켰으며, 이 대통령도 끝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지역공약은 주인이 없다?”=대선공약 성안에 참여했던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잇단 지역공약 파기 논란에 대해 “후보 간 정책대결 수단인 중앙공약과 달리 지방공약은 ‘주인 없는’ 공약이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가 약속했거나 검토·추진해온 사업이 우선 반영되는 데다, 당 소속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정부 재정사업으로 추진해달라'며 떠넘긴 것들, 그리고 그때그때 지역에서 제기된 민원까지 “'표(票)가 된다' 싶으면 쓸어 담다 보니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충분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책 파트'에서 오래 일한 한나라당 관계자도 "이번에 정부 지원이 없으면 다음 지방선거나 총선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서 지역에 대한 대선공약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면서 "이는 역대 정부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특별회견에서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문책인사는 없다”고 밝힌 것 또한 이 같은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다.
 현 정부 들어 유독 지역공약 파기 논란이 두드러진 건 "세종시나 과학벨트, 신공항처럼 다른 공약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이즈(사업비 규모)’가 큰 게 많았기 때문"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
 다만 그는“지역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그런 부분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건 당과 정부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공약은 대통령만의 약속이 아니다”=대선공약집이 나오자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와 공약개발에 참여한 학계 인사들은 저마다 “이번 공약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꼼꼼히 검증한 결과물이다”, “포퓰리즘 공약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반드시 지킬 수 있는, 그리고 지켜야 하는 정책만 골랐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5년의 국가경영지침서’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공약파기 논란을 두고 익명으로나마 자기 목소리를 낸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기업체 임원으로 가 있는 A씨는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정부가 국익을 위해 심사숙고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외교관으로 변신한 B씨 역시 “공약을 만들 당시와 상황이 많이 바뀌지 않았냐”고만 했을 뿐이다.
 물론 중앙공약 가운데 폐기 또는 변경된 ‘연평균 7% 경제성장’이나 ‘한반도 대운하’ 등은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와 정치적 반대 등이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지역공약의 집행 지연과 번복은 이들 중앙공약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중평이다.
 현재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이 대통령 캠프 출신 인사는 “대선공약엔 이 대통령 외에도 박근혜 전 대표 등 후보 경선에 나섰던 다른 출마자들의 공약과 당 정책위원회가 마련한 정책 등이 종합 반영돼 있다”며 “중앙이든 지역이든 당시엔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와서 무책임한 얘길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광재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처장도 “대선공약은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이 함께 만든 것이다”면서 “선거 뒤 환경변화가 있으면 공약을 수정·보완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공약은 부탁이 아닌 공적 계약이란 점에서 대통령의 위약(違約) 선언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공약을 제시한 배경과 논거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국민 앞에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그는 '공약 실명제'를 도입해 '실패'한 공약에 대한 "정치권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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