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 회장(사진)은 사태 진화를 위해 지난 10일자로 문제의 신문을 폐간시키는 강수를 뒀지만, 새로운 혐의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영국 정부는 뉴스코프가 추진해온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 작업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나섰고, 미국에서는 사법처리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파문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여왕·왕세자 부부·브라운 前 총리도 피해
11일(현지시간) BBC와 AP 등 외신들은 NOTW와 경찰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고든 브라운 전 총리에 관한 정보까지 거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의 왕실 담당 기자가 왕실 경호 경찰에게 돈을 지불하기 위해 회사 측에 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담긴 이메일을 뉴스코프의 영국 자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이 내부 조사를 통해 찾아냈다는 것이다.
NOTW가 경찰로부터 매수한 정보 중에는 기밀사항인 왕실의 전화번호·주소록과 여왕 부부의 여행 일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신문의 모기업인 뉴스인터내셔널의 계열사 선데이타임스가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그의 금융·재산 정보와 장애인 아들의 지병과 관련한 의료 기록을 빼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경찰이 찰스 왕세자 부부도 NOTW의 도청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사실을 왕실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또 스벤 예란 에릭손 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도 NOTW가 자신의 전화 통화 내용을 도청당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스웨덴 일간 아프톤블라뎃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英, 뉴스코프 반독점 조사…스카이 인수 불투명
AP는 NOTW를 비롯한 머독 소유 매체들의 해킹 및 도청 의혹이 확산되면서 정치적 압력이 커지자 영국 정부가 뉴스코프의 스카이 인수와 관련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문화장관은 이날 머독의 스카이 위성방송 인수 시도를 경쟁위원회 등 반독점 규제당국의 전면 조사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코프의 스카이 인수는 규제당국의 최종 승인만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영국 의회는 규제당국에 승인을 저지하기 위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머독 소유의 더타임스는 뉴스코프의 스카이 인수 작업이 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인수 시점이 내년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뉴스코프가 스카이 인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마련했던 스카이뉴스 분사 계획을 이날 철회하는 등 인수 작업에 차질이 본격화되고 있어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뉴스코프, 美서 사법처리 가능성 제기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뉴스코프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AP는 NOTW가 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을 매수한 혐의와 뉴스코프가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에서는 뉴스코프가 외국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FCPA)상의 처벌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 등을 매수하는 데 쓰인 뇌물이 뉴스코프의 비자금 등으로 마련됐을 경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조사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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