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현재 사모투자펀드(PEF) 3곳이 참여해 진행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매각 입찰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비판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지분 분산매각과 계열사 분리매각 모두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정책 목표를 수정해야 선택 가능한 대안들이다.
이 때문에 오는 9월 새로 구성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 민영화 원칙에 변화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힘 빠진 사모펀드, 우리금융 인수 어려워
우리금융 지문매각 입찰은 보고펀드와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3곳만 참여한 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은 물론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사모펀드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어 우리금융이 PEF로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현 정권 실세로 꼽히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지난 13일 KB금융이 주최한 한 세미나에 참석해 “(우리금융을)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PEF 3곳이 모두 인수 파트너로 삼기 위해 공을 들였던 국민연금공단도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 측은 “우리금융에 투자하게 된다면 PEF와 같은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를 파트너로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이 발을 빼면서 사모펀드는 외국계 자금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는 또 다른 ‘먹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 정치권·우리금융 ‘국민주’ 방식 선호
이 같은 상황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우리금융을 국민공모 방식으로 매각하자고 제안하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친서민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정책위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상기 공자위 위원장은 지난 5월 우리금융 매각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민공모 방식은 시장 가격에 비해 15~30% 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하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내세웠던 핑계로 법적 근거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돼 있다.
국민공모를 실시하는 주체가 매각 대상 및 기준을 정하면 이들을 대상으로 우리금융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파는 형태다. 증권업계에서는 최대 4개월 내에 공모 절차를 끝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 수준으로 신한금융지주(1.2배)나 KB금융지주(1.1배)보다 30~40% 정도 저평가돼 있다.
국민주 할인율(10~20% 가량)까지 더하면 우리금융의 기업가치보다 50% 이상 낮은 가격에 서민들이 주식을 인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민주 인수 한도를 1000~1500주로 제한하고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56.97%(4억5920만주)을 모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5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주식을 소량으로 인수하는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수혜자가 수백만명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서민층에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은 3~4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금융을 국민공모 방식으로 팔 경우 서민층에 직접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발상만 전환한다면 어려운 선택도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공모 방식으로 시장에 풀린 우리금융 주식은 의무보유기간이 끝나면 자유롭게 매매가 이뤄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자의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금융도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과 유사한 지분구조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블록세일 등 다양한 지분 분산매각 방식이 존재하지만 남은 지분 물량이 많은 데다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외국계 및 기관 투자자들만 향유하게 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 금융권, 계열사 분리매각에 ‘군침’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또 다른 대안은 계열사를 쪼개 파는 분리매각이다.
이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어려워 회수할 수 있는 공적자금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국민공모 방식보다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또 비은행 부문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활발한 입찰 참여도 예상된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경우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우리아비바생명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은 KB금융이 각각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 같은 시나리오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분 분산매각과 계열사 분리매각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명기돼 있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 금융권 인사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만 양보하면 어떤 방식을 추진하더라도 나머지 2개 원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공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교수는 “임기 내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8월 말 현 공자위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공자위가 구성된다면 국민공모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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