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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일본식 장기불황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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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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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 국채 랠리…日 악몽 재현 우려 고조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 2주 새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사이 미국, 영국, 독일 국채가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 미국과 유럽 경제의 '일본화(Japanisation)' 조짐으로 읽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1988년 4%를 웃돌았던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이후 줄곧 곤두박질쳤다. 1996년 2% 선이 무너진 뒤 최근에는 1%를 밑돌고 있다. 최근 20년간 일본 경제가 저성장을 거듭하고, 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국채를 대거 매입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했지만, 일본 국채 수요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일본-미국-유럽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추이(단위 %/출처 FT)
이런 상황은 미국과 독일, 영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세계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 19일 1950년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2% 선 아래로 밀려났다. 수익률은 같은날 2.06%까지 회복됐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1.7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은 막대한 공공부채로 인한 재정위기와 증시 폭락, 경제 성장세 둔화 등을 거론하며 일본의 악몽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일본과의 공통분모로 꼽히고 있다.

앤드류 밀리건 스탠더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 투자전략가는 주식 및 부동산시장 붕괴, 좀비은행, 디플레이션, 제로(0)금리, 정치적 교착상태, 인구 감소, 과도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등 8가지 악재가 일본의 장기불황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소 경솔하지만, 미국과 유럽도 이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FT는 미국의 경우 디플레이션과 인구감소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개별 국가만 놓고 보면 최근 서구권 경제 여건과 일본식 장기불황의 요인들이 꼭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일본이 곤경에 처한 것은 세계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1990년대 말 예외적인 사례였지만, 지금 대부분의 서구권 국가들은 한 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권 경제가 일본화할 경우 세계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키스 웨이드 슈뢰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 그나마 강력한 세계 경제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한 배를 탄 만큼 해결책도 함께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들은 적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양적완화 가능성을 거론한다.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에 선제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란은행(BOE)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수실 워드와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추가 부양 조치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이 향후 경기의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준의 추가 부양 조치로) 시장이 얼마나 오래 랠리를 펼치느냐가 경제 지표 개선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본식 장기불황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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