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약사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은 처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복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시장경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적 장치는 마련했다. 임기 시작 89일 만에야 원구성을 마치는 등 시작부터 지각한 18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평가다.
여야는 19대 국회에 한해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게리멘더링(정략적 선거구 조정)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이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민적 요구가 컸던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은 정족수 미달로 처리치 않았다.
예금자보호 원칙에 위배하고 특정계층을 위한 특혜입법이란 논란 속에서도 저축은행 구제 특별법을 상정해 논의하는 과감함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는 '원칙'보다는 '표'를 노린 입법행태라는 지적이다.
정작 중요한 법안들은 먼지만 뒤집어쓰고 방치된 상태다. 폭력국회 방지를 공언한 국회선진화법, 국방개혁법안,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도 시급하게 처리했어야 하는 국방개혁법, 규제완화 관련 법들이 처리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민생현안은 외면하고 포퓰리즘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 18대 국회는 유독 의원들이 제 밥그릇만 챙겼다.
여야는 18대 국회에서 65세 이상의 전직 의원에게 사망할 때까지 월 120만원씩 연급을 지급하는 헌정회 육성법을 처리해 노후대책을 마련했다. 또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처리하면서 의원 가족수당과 자녀학자금까지 지급받게 됐다. 세비 5.1% 인상안을 통과시켜 지난해부터 의원들은 '억대 연봉자'가 됐다.
국회는 각종 불명예 기록도 갈아치웠다. '최장 기간(42일) 국회의장 미선출', '여야 동반 본회의장 점거(22일)', '국회 해머 등장',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등 유례없는 사건 양산 제조기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올해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기 때문에 18대 국회는 유독 포퓰리즘 정책 남발과 '말바꾸기'가 심했다"며 "민주통합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말바꾸기를 했고, 새누리당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까지 해놓고 복지 강화를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현직 국회의장이 비리로 사퇴한 것도 유례 없는 일"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 인사가 내정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인데 그만큼 18대 국회가 행정부에 무시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존심은 국회가 스스로 세워야 했지만 집권당이 너무 청와대 눈치를 봐 왔다. 이를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게리맨더링 방지를 위해선 사회적 감시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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