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폴 볼커의 이름을 딴 ‘볼커 룰’은 대형 은행을 감독하고 소비자를 보호키 위해 만들어진 2010년 ‘도드-프랭크 법안’의 후속 핵심 골자로 2011년 가을 윤곽이 의회에서 나왔다. 은행이 자기 자본으로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번 일로 은행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과 할 수 없는 것까지 일일이 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등 업계가 강하게 공개적으로 반대해온 ‘볼커 룰’은 오는 2014년까지 최소 2년 유예가 됐지만, 이번 일로 앞당겨 시행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대형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 손실로 인해 크게 흔들리면서 당국의 규제와 감독도 함께 증가됐다.
다이먼 회장은 그동안 금융 당국의 은행 규제를 가장 강도높에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지만, 이번 일로 목소리를 낮출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은행 규제 강화를 나서서 막을 인물이 당장 찾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 원안 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도드 프랭크 법안’을 제안했던 민주당의 바니 프랭스 하원의원은 “‘은행은 정부 규제가 더 이상 필요없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008년 위기와 이번 JP모건의 20억달러 손실을 가져 왔다”며 추가적인 규제를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P 캐피탈의 애널리스트 에리카 오자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봤지, 내가 말했었잖아’라고 정부에 좋은 빌미를 제공한다”며 정부 입김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은행이나 대형 은행들의 투자 내역 공개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번 투자 거래와 관련해 지난 4월 몇몇 언론의 질의에 공식적인 답변을 했지만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이먼 회장은 NBC방송에 출연해 “은행이 대처를 잘못한 면이 있다”며 “당시 회사가 발표한 공식 설명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잘못을 변론하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JP모건은 이번 손실이 알려진 다음날 하루동안 무려 150억달러의 시가 총액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JP모건은 자산 규모로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 은행이며 유럽에 투자 조직이 대거 진출해 있다. 이번 파생 상품 손실은 주로 런던에서 벌어졌으며, 채권 시장 가격 하락이나 지급 불능에 대비해 보험을 사고 파는 신용 디폴트 스왑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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