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표한 석유소비 절감대책은 지난달 석유시장 안정 종합대책의 후속으로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확대, 고효율차 생산·보급 확대, 하이브리드·경차 세제감면 연장 추진, 노후 화물차 교체 금융지원 신설 등 석유소비 형태를 에너지 절감형으로 전환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유류세 인하 요구에는 꿈쩍도 않던 정부가 국민의 기름값 고통을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유류세 인하보다 세수 감소 폭이 적은 소득공제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생색내기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그간 기름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오히려 휘발유 소비를 늘리는 부작용을 우려해 왔다.
여기에 지난 2008년 당시 유가 상승기에 단행한 유류세 인하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반면, 많은 부작용만 불러일으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아픈 기억도 있다. 이 때문에 유류세 인하보다는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인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왔다. 정부는 통칭 유류세 명목으로 한 해 평균 20조원 이상의 세수를 거둬들이고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3월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를 10% 인하하면 올 국세 감소액은 1조6732억원에 달한다. 15%, 20% 낮추게 되면 각각 2조6100억원, 3조3866억원이 감소하게 된다.
반면 정부는 대중교통비 신용카드 이용금액의 소득공제를 확대할 경우 세수 감소 규모를 10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와 비교할 경우 세수 감소분이 미미해 정부로서는 유류세 인하보다 상대적으로 세수 감소 규모가 미미한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석유제품에서 유류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가까이 되는 만큼 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이서혜 석유감시팀장은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절약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국제유가가 내려가긴 했지만 이란 원유 수입중단 위기 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오를 여지가 있는 만큼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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