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노경조 기자=코스피를 단숨에 2000선 위로 끌어올렸던 외국인 주식 매수가 둔화되고 있으나 단기간에 국내 증시에서 본격 이탈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인이 앞서 8~9월만 9조원어치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인 점을 감안할 때 매수 기조 자체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미국 3차 양적완화(QE3) 이후 선진국 재정 불확실성 해소, 중국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외국인도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앞서 9월 2째주(10~14일) 코스피에서 2조원 가까이 매수우위를 기록했다가 3째주(17~21일)부터는 1조원 남짓에 머물렀으며 4째주(24~28일) 들어서는 1000억원선 초반까지 순매수액을 줄였다. 전일도 마찬가지로 외국인 순매수는 500억원을 넘지 않았다. 이에 비해 8월부터 현재까지 순매수액은 8조6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미국계 자금이 반년 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반면 유럽계는 여전한 구제금융 불확실성으로 관망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계는 3차 양적완화로 7개월 만에 순매수로 돌아서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유럽계는 스페인을 비롯한 구제금융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시장에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우영무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당분간 외국인 매수만으로 증시가 뛰어오르는 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외 리스크 레벨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QE3에 따른 신용경색 완화, 미 부동산 경기 및 소비심리 개선, 위험자산 선호도 호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자금이 연내 급격하게 빠질 가능성은 낮다"며 "하지만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 가운데 미국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 미 경기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돼야 본격 매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미국 및 주요국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연말까지는 외국인이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통화 강세에도 디커플링(탈동조화) 양상을 보였던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형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주식형펀드로 들어오는 돈은 여타 지역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하지만 3차 양적완화 발표 이후에만 3배 가까이 불어난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유로존 재정불안이나 중국 경기둔화는 여전히 외국인 매수세를 제한하고 있는 요소로 꼽힌다.
미 제조업지수가 4개월 만에 50을 넘어선 반면 유로존이나 중국 제조업 지수는 여전히 둔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8로 예상치(50.1)를 밑돌았다. 3분기 상장기업 예상실적 또한 기대에 못 미쳐 변동성 확대 국면이 예상되고 있다.
성연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9월 PMI가 8월(49.2)보다는 상승, 5개월 만에 반등했으나 여전히 50을 하회하고 있다"며 "PMI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9월 실물 경제지표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3월 전당대회 후에나 구체적인 부양책 윤곽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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