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규칙 적용으로 동료 여섯 명을 살리고 자신은 실격한 블레인 바버. [미국 골프위크]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전도양양한 골퍼가 스스로 벌타를 매겨 실격당하고, 동료 6명을 살리는 살신성인을 해 화제다. 골프에서만 볼 수 있는 ‘양심적 행동’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주인공은 미국의 블레인 바버(22). 그는 지난해 미국-영국(아일랜드) 남자아마추어대항전인 워커컵 미국 대표로 뽑힐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다. 운동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대학을 졸업(미국 어번대 재정학)한 후 올해 초 프로로 전향, 프로골퍼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에 응시했다.
지난달 조지아주 파인마운틴의 캘러웨이가든스CC에서 열린 Q스쿨 1차전에서 사단이 났다. 둘쨋날 13번홀 벙커에서 샷을 하던 그는 백스윙도중 클럽헤드가 볼옆에 나뒹굴던 낙엽을 스친 것을 느꼈다. 캐디를 맡은 형에게 말했으나 형은 “낙엽을 움직이지 않았다”고 잘라말했다. 그래도 미심쩍어 동반 플레이어에게 “백스윙때 낙엽을 스친 듯하다”고 말하고 1벌타를 가했다. 그날 스코어는 71타.
그는 저녁에 대학친구한테 사실을 알리고 조언을 구했다. 친구는 “그렇다면 규칙 13-4c에 의거해 2벌타를 받아야한다”고 말해주었다. 고민하던 그는 형이 하도 단호하게 낙엽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다 확신이 안들어 일단 3, 4라운드를 다 치렀다. 최종성적은 공동 4위. Q스쿨 2차전 진출권을 부여하는 커트라인보다 5타나 앞서는 좋은 성적이었다.
바버는 그러나 갈등했다. 그 상황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그를 짓눌렀다. 형은 ‘무죄’라고 주장하지만, 친구 말에 의하면 ‘2벌타를 1벌타로 낮춰 적었기 때문’에 스코어 오기(誤記)이고, 이미 스코어 카드를 냈으므로 실격감이었다.
바버는 Q스쿨이 끝난지 6일이 흐른 지난 2일 미PGA투어측에 그 사실을 전하고 스스로 실격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성공보다는 옳은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내 마음과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월등한 기량으로 Q스쿨 1차전을 통과했으므로 그가 2, 3차전에서도 제기량을 낸다면 내년 미PGA투어에서 활약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 길을 버리고 양심을 택했다. 그는 내년에 스폰서 초청이나 ‘월요 예선’을 통해 미PGA투어나 2부(웹닷컴)투어에 출전하는 수밖에 없다. 가시밭길이다.
바버가 실격을 택함으로써 그 곳 Q스쿨 1차전에서 떨어졌던 6명이 뜻밖의 행운을 차지했다. 공동 18위까지 합격했으나 바버가 탈락하는 바람에 공동 19위에 걸려 있던 6명이 공동 18위가 되면서 Q스쿨 2차전에 나가게 된 것.
프로가 된 지 1년이 채 안된 ‘루키’ 바버의 양심적인 행동은 두고두고 골퍼들에게 회자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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