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아주중국> 새로 쓰는 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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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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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오리치는 부동산 광풍

글 최헌규 기자

중국 저장성 부동산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통가옥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11월 12일 주택도시건설부 장웨이신(張偉新) 부장(장관)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자청, “부동산 억제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당국이 부동산 긴축을 완화하지 않겠냐는 시장의 예측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었다.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강력 억제하고 있음에도 베이징 등 대도시 인기지역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강세행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부동산은 단기 등락을 거듭 하지만 큰 추세로는 언제나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국말 ‘푸워청(俯臥撑)’은 엎드려 팔굽혀펴기 운동을 뜻한다.
지난 2006년께 중국 부동산이 침체에 빠진 적이 있다. 자금줄이 꽁꽁 막히고 중소 영세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달았다. 부동산 개발상들은 정부와 은행을 쳐다보며 살려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이 무렵 중국 난징(南京)시 중앙로 대로변에 다음과 같은 대형 입간판 광고가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은 절대 붕락이 없다(房價不會跳水). 단지 집값은 지금 오르락내리락 ‘엎드려 팔굽혀펴기(俯臥撑)’ 운동을 하는 중이다.”

부동산 회사가 건설사들을 위로할 목적으로 설치한 이 광고는 주택가격이 언젠가 회복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라는 권고였다.

당시 한 석간신문은 푸워청과 부동산 경기를 접목한 기사를 삽화와 함께 실었다. 삽화 속에서 부동산 건설회사 사장은 다리 난간에 올라서서, 힘들게 푸워청을 하는 주택 형상의 친구(부동산 경기)를 바라보며 “네가 더 푸워청할 힘이 없으면 나는 강물에 뛰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삽화에서 푸워청이 끝난다는 것은 더 이상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 없이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붕괴된다는 의미다. 실제 당시 건설사들은 대출난과 판매부진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신뢰 또한 최악이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경기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급반등했고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전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다. 이후 금융위기로 중국 부동산 가격은 잠깐 급강하했지만 1년도 채 안 된 시점인 2009년 중반 또다시 활황세로 돌아서 베이징 올림픽 직전의 최고가를 재차 경신했다. 2010년에도 중국 부동산은 랠리를 이어갔다. 부동산 경기는 국내외 경제환경과 정부정책, 수급과 소비자 심리에 의해 등락을 거듭하고 때에 따라 가파른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한다. 말 그대로 중국 부동산시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며 ‘푸워청’을 계속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골치 아파하는 부동산 과열의 주범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지방정부들이다. 재정 확충에 혈안이 된 지방정부들은 어쩌면 중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칭화대학교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토지매각 수익은 지난 1989년 4억 위안에서 21년 만인 2010년 무려 3조 위안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6년 중반 상하이 난징루(南京路) 식당에서 후난(湖南)성 지방도시 관리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낙후한 내륙도시에서 선진도시의 경제발전상을 벤치마킹하러 온 공무원 견학단이었다. 당시 한 관리는 “이번 시찰에서 가장 큰 수확은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점을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견학에서 배운 건 한마디로 부동산이 요술방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골 농지에 개발구 푯말을 꽂으면 땅값은 순식간에 수십 배 뛰어오르고 도시의 재정수입도 덩달아 늘어나는 거였습니다.”

부동산 광풍이 불어 닥치고 땅과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배경에는 자기 배를 불리려는 지방정부들의 과욕이 자리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땅값을 올리고 외부자본에 비싸게 매각하다 보니 지가가 뛰고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지방정부에 따라 세수의 70~80%를 부동산에서 올리는 곳도 있다. 제조 생산활동과 관계없이 재정수입이 늘어났는데도 지방정부들은 외자가 들어와 지역경제가 활성화됐다고 선전을 해댄다.

지방정부들이 이렇듯 토지와 부동산 프로모션에 혈안인데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질 수가 있을까. 또한 도시화, 국제화 등이 진전되고 주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주택 거래량도 늘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사람들은 믿는다.

“자원이 유한한 일본도 경제와 부동산이 20년 이상 장기간 성장세를 유지해왔습니다. 중국에서 상품방이라는 이름의 부동산 매매개념이 등장하고 부동산시장이 본격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으로 이제 10년이 갓 넘었어요. 중국은 자원이 무궁하고 시장수요도 강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부동산 랠리는 이제 시작단계라고 볼 수 있지요” 부동산 포럼에서 만난 중국 건설은행 직원은 중국 부동산의 앞날에 대해 이렇게 확신에 찬 낙관론을 폈다.

중국 아파트 건설현장

◆ 부동산시장 붕괴는 없다
정부가 부동산 진정을 위해 돈줄을 조이면서 원저우(溫州) 일대의 부동산 경기도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011년 하반기 들어서는 원저우 일대 중소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난 소식이 전해지고 원저우 일대의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향후 중국 부동산 경기의 향방을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부동산 과열이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많은 원저우 부동산 투자자본은 국내 부동산 위축기를 틈타 캐나다, 호주, 미국 등 해외로 발을 뻗치고 있다. 원저우 투자단을 위주로 한 중국인들은 호주에서 경쟁적으로 땅과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 제주도에 몰려와 땅과 별장을 사는 사람들도 모두 이런 투자자들이다.

“부동산시장 전망이 헷갈리고 전문가의 관측도 믿기 어렵다고요? 고민하지 마세요. 부동산에 관한 문제라면 원저우 상인들의 포지션에 보조를 맞추면 됩니다.”.

‘중국의 유태인’으로 불리는 천부적 장사꾼, 원저우 상인들의 움직임은 부동산시장에서는 하나의 방향타로 여겨진다. 경제연구소들은 ‘원저우 철새’의 날갯짓과 대오를 연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그들의 자취를 쫓는 것이 바로 돈을 버는 첩경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부동산에 대한 집착에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다. 새 학기가 되면 탄광부자로 유명한 산시성 부동산 투자단은 전세기까지 대절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로 ‘부동산 쇼핑’을 떠난다. 유학 중인 자녀들의 기숙용 주택으로 집을 산 뒤 나중에는 팔아서 차익도 챙기겠다는 속셈인데 이런 이중포석의 부동산 매입활동은 요즘 외국 원정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마치 호화백화점에서 쇼핑하듯 고급주택 지역을 돌아다니며 300만 위안(약 5억 원)하는 고가의 아파트를 2~3채씩, 많게는 대여섯 채씩 사들인다.

부동산 개발상을 하는 중국인 친구는 지난 2009년 9월 베이징에서 만났을 때 중국 부동산 전망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부동산은 등락을 반복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 물가보다는 훨씬 빨리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 원리금 상환능력만 되면 대도시 주택은 무조건 매입해서 보유하는 게 좋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가 관건인데…… 글쎄, 금리를 올린다 해도 내년(2010년) 하반기에 가서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부동산이 붕락하는 것은 중국경제의 건전한 성장에도 위험하기 때문에 집값을 과도하게 떨어뜨리지는 못할 거야.”

이 친구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꾼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칭다오 등지에 10여 채의 집을 사들였다. 꼬박꼬박 월세가 나오니 주택 대출원리금은 아무 부담도 되지 않았다. 집값이 최근 5년 새 두세 배나 올라 투자수익도 짭짤했다. 당시 주택 대출도 잘 되고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다 보니 시중의 여윳돈은 죄다 부동산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물론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0년 1월과 4월, 9월 연이어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을 내놨다. 특히 ‘신(新) 국 5조’라는 이름으로 2010년 9월 29일 나온 대책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 국 5조의 주요 내용은 구매 제한령과 3주택 이상자에 대한 대출 제한, 부동산 보유세 신설과 1000만 채 보장형 주택 건설, 책임자 문책 등이다. 또한 시장의 예측대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0년 10월 19일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과열 예방을 위해 지난 2007년 12월 금리를 올린 후 3년 만에 처음 취해진 금리 인상조치다.

이후 중국 부동산 경기는 유럽과 미국의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경제 형세가 악화하면서 2011년 하반기 들어 예측불허의 미궁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와 가격이 부분조정을 받을 뿐 당장 급락세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가를 우려해 각종 긴축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 정부 역시 부동산시장이 급랭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자칫 경착륙하기라도 하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고강도 긴축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다소 위축되는 듯하나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갈대가 큰 바람 앞에 잠시 고개를 숙이는 정도로 여기고 있다.

결국 경제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중국 부동산도 파멸적 붕락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는 “부동산은 부자들이 부(富)를 축적하는 주요 수단”이라며 “현재 부동산 긴축으로 시장이 잠시 추춤한 상황이지만 부동산은 여전히 부자들의 매력있는 투자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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