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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대형 제빵기업 “골목축구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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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1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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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전운 기자= "국제무대에서 활약해야 할 박지성 선수가 골목으로 들어와 대장 노릇을 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던진 말이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꼬집은 것이다.

국내 대형 제빵기업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공세는 지난 1986년부터 시작됐다. SPC그룹의 전신인 삼립식품과 샤니가 파리크라상 1호점인 반포점을 출점한 이래, 파리크라상의 대중형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1988년 광화문점을 시작으로 사세를 넓혀갔다.

크라운제과에서 운영하는 크라운베이커리도 있었다. 하지만 모기업의 부진으로 점포 확장은 더뎠다. 이 사이 CJ그룹의 뚜레쥬르가 1997년 1호점을 오픈하며 제빵시장은 본격적인 대기업들의 격전장이 됐다. 이후 경쟁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파리바게뜨는 3000여개, 뚜레쥬르는 12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대기업의 파상공세에 중견 제빵업체인 빵굼터 매장은 2008년 110개에서 현재 78개까지 감소하는 등 중소 제빵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이처럼 곪을 대로 곪은 대형 제빵업계의 무분별한 출점 문제가 결국 올해 터져버렸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해 500m 이내 신규 출점을 금지시켰다. 자영업자들로 이뤄진 대한제과협회 역시 대형 제빵기업들을 규탄하며 울부짖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형 제빵업체들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더 치중하겠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다져온 해외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대형 제빵업체 관계자는 "해외 시장 매출은 국내 시장의 10%도 안 되다보니 여전히 국내 시장에 미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돈이 되는 국내 시장에서 밥그릇을 내려놓기 싫다는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국내 시장에 연연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대표급 제빵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해외에서 기량을 겨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야 한다.

골목축구에 연연한다면 더 많은 자영업자들이 피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해에는 대형 제빵기업들의 글로벌 경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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