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삼성도 언론 지적 수용해야"…외국기업 때리기 점입가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11-04 16:0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상무부 대변인, "외국기업 감시는 언론 역할, 위법 없는지 자성하라"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언론의 정당한 비판 기능일까. 아니면 지나친 자국 기업 편들기일까. 

최근 중국 유력 매체들이 자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에 대해 비판 기사를 쏟아내면서 해당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의 행태를 무시하자니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적극 대응할 경우 자칫 이윤 창출에만 집착하는 이기적인 기업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질적인 칼자루를 쥔 중국 정부가 언론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여 외국계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이다.

4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언론의 외국계 기업 때리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달 21일 삼성전자 휴대폰이 내장 멀티미디어 카드 문제로 '먹통'이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가 나가자 삼성 측은 즉각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제품에 대한 수리 및 교환을 약속했다.

이는 국내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이 아이폰의 중국 내 애프터서비스가 다른 국가에 비해 미흡하다고 지적해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밖에도 스타벅스와 폭스바겐, 세계 최대 유제품 업체인 폰테라 등이 잇따라 중국 언론의 표적이 됐다. 

외국계 기업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자국 언론을 옹호하는 듯한 중국 정부의 태도다. 

중국 상무부의 선단양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삼성과 애플, 스타벅스 등의 품질과 가격, 서비스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해당 기업은 중국 내 법률과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선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소비자의 합법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으며 해당 기업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구와 언론의 감시 활동을 수용해야 한다"며 "단순히 합법의 차원을 넘어 중국 정서와 이치를 감안한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대외적인 의견 피력은 물론 실질적으로 외국계 기업을 견제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시 정부는 올해 들어 수차례에 걸쳐 LG전자 등 글로벌 가전업체의 냉장고와 세탁기 품질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중국 언론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역별로 조사 결과가 상이하게 나오는데 유독 상하이에서 발표된 결과만 부각됐다"며 "이마저도 추가 검사를 통해 품질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해당 기업들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칫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 품질 문제가 제기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CTV 등에서 보도한 내용은 하드웨어의 결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패치 업데이트 등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다른 국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이 중국에서만 크게 다뤄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사업을 접는 기업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메이지 분유는 지난달 24일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의 외국계 기업 때리기가 실질적인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최근 상황을 보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언론의 악의적인 행태를 묵인하거나 중국에서 나가는 등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의 어두운 이면"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