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름까지 바꾸면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내건 현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는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선체 내부진입 시도가 너무 늦어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현장 구조당국의 초동 대응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범정부 사회재난 대응조직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컨트롤 타워'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컨트롤 타워 있으나 마나…유명무실 '중대본'
정부는 지난 17일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범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범정부 사고재난 대응조직인 중대본의 잘못을 자인한 셈이다.
재난관리 주무부처가 안행부로 옮겨진 건 중대본 설치 훨씬 이전이다. 1990년 당시 건설부관할의 재난관리 책임이 내무부, 즉 현 안행부로 넘어왔다.
안행부가 재난관리 컨트롤 타워를 맡은 지 20년이 지났다는 얘기다. 그사이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성수대교붕괴(이상 1993년), 대구 가스폭발사건, 삼풍 아파트 붕괴(이상 1995년), 씨랜드화재사건(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2003) 등 대형 참사를 겪었다.
정부의 통합적 국가위기관리체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수립됐다. 당시는 NSC(국가안보회의)가 안보ㆍ재난 등 4개 분야의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을 총괄해왔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NSC 사무처를 폐지해 비상임기구화하면서 안보 분야는 청와대가,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당시 행정안전부)가 맡도록 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함께 행안부는 안행부로 개명, 국가위기관리 콘트롤타워가 됐다. 방점이 행정에서 '안전'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대응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로부터 올해로 만 20년이 된 재난관리 컨트롤 타워는 있으나 마나한 조직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세월호 침몰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지 53분 만에 중대본 설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와 사망자 수에 대한 오류는 중복집계를 핑계로 당연시 되고 있다. 심지어 정확한 탑승객 수조차 아직 파악이 안되고 있다.
◆"44년전 남영호 사건 때도, 5년 전 천안함 사태 때도…"
우리 정부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326명의 사망자를 내 건국이래 최대 해상 참사로 기록된 44년 전 남영호 사건 당시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 당국이 보여준 부실한 대응력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때도 똑같이 지적됐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당국의 발표, 초기 대응 실패 등 많은 부분에서 잘못이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2011년 3월 정부가 펴낸 '천안함 백서'는 "최초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상황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응 조치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발생 시각을 수차례 변경해 발표함으로써 혼란과 불신을 야기했고 △합동참모본부를 중심으로 가동되는 군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초기 대응도 미흡했다고 밝혔다.
또 천안함 백서는 "생존자 구조를 위한 탐색 구조 및 인양 작전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 때도 해군 구조함은 선체가 완전히 전복된 이후인 17일 새벽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천안함 백서는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 노력이 미흡했다고 반성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후 정부 부처끼리 혼선만 빚다 결국 다음날 17일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범사고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은 전혀 달라진 게 없음이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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