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초 입주를 시작한 그랑서울 저층 상가인 '청진상점가'가 흥행몰이를 하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옛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그랑서울의 지하1층과 1·2층 저층부엔 현재 40여개 점포가 성업중이다. 이 중 식객촌으로 불리는 9개 식당이 청진상점가의 활성화에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식객촌은 인기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 등장하는 맛집을 키테넌트(유명 입점 상점)로 유치한 일종의 테마 식당가다. 실제 벽제한우설렁탕·봉우리한정식·오두산메밀가·만족오향족발·부산포어묵·무명식당·전주밥차·han6gam by 참누렁소·수하동 등이 지난 4월부터 입점해 영업 중이다.
이외에 강남의 유명 음식점인 투뿔등심, 페이퍼가든, 고디바 초콜릿 등이 입점해 있다.
식객촌의 키테넌트 유치전략은 주효했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맨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만화 식객의 가장 처음에 나오는 말처럼, 청진동 개발로 사라진 옛 서민들의 먹자골목인 피맛골의 정취를 다시금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일까. 그랑서울에 입주한 GS건설 임직원들이 다 퇴근한 저녁에도 식객촌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빌딩 외 주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오픈하고 한달 만에 식객촌 9개 음식점의 총 매출은 하루 평균 3000만원을 넘어섰다. 입주 식당은 매월 매출액의 20%가량을 임대료로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객촌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사전 기획과 사후 임대관리다.
식객촌은 인기 연예 프로그램이었던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탄 건축가 양진석 박사가 기획했다. 성신여대 입구에 있는 유타 몰이나 헤이리 더 스텝, 포스코 더 샵 스타파크, 청담 파라곤 등의 건축에도 참여한 양 박사는 그랑서울의 총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설계부터 상점구성 등 비즈니스 모델 기획까지 진행했다.
양 박사는 "그랑서울에는 사무실, 임대오피스 상가 등 굉장히 복잡한 시설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영자가 판단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볼 수 없다"며 "건물주 입장뿐만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누군가 한명이 통합적으로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게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 식객촌을 입점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리나라 그 어디에도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 박사는 옛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그랑서울에 식객촌을 형성해 옛 추억을 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옛 피맛골 정서에 걸맞는 테넌트를 고르다 보니 식객에 나오는 전통맛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강북이기 때문에 현대식이나 서양식보다는 한국의 맛집이 어울리고, 매출로 연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평일 점심은 대체로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장사가 잘되는것이 관건인데, 회식 등 회사원들이 잘 모이고 주말에 가족나들이로 올수있는 테넌트를 고민하다 식객촌이 적격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입주후 임대관리는 G&M에스테이트가 맡고 있다. 빌딩 소유주인 국민연금은 상점을 분양하지 않고 100% 임대로 운영, 철저한 계획 아래 상가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G&M에스테이트는 GS건설과 일본 부동산개발업체 모리의 합작사로 상업시설 관리·운영 전문업체다. 모리는 일본 도쿄의 유명 복합빌딩 롯본기 힐스를 개발한 업체다.
G&M에스테이트 관계자는 "처음에는 모리사에 단순 자문만 받았는데 점차 복합단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상업시설 운영이 중요해지면서 합작법인을 추진하게 됐다"며 "그랑서울 지하 공간(상가)에 외부인이 들어와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독립된 상권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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