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엑소더스’ 구세주 모세의 인간적 고뇌와 무신론자 리들리 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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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0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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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에일리언’(1979) ‘블레이드 러너’(1982) ‘블랙 레인’(1989) ‘글래디에이터’(2000) ‘프로메테우스’(2012) 등을 연출한 세계적 감독 리들리 스콧(77)은 무신론자다. ‘블레이드 러너’는 디스토피아, 즉 어두운 미래를 그렸으며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십자군에 관한 영화 ‘킹덤 오브 헤븐’(2005)에는 악명 높은 교회 기사단이 등장하고, 이슬람과 천주교의 사이를 오가며 이념의 대립과 갈등을 완벽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3일 개봉을 앞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구약성서 출애굽기(엑소더스)를 모티브로 한다. 기원전 1200년, 400여년동안 이집트인들에게 억압받고 착취를 당하던 히브리인들은 그들을 구원해줄 지도자를 기다려왔다. 그 주인공은 모세(크리스찬 베일). ‘세트’ 신의 기운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이집트의 통치자 아버지 세티(존 터투로)는 태양신 ‘라’의 이름을 딴 아들 람세스(조엘 에저튼)보다 모세를 신임했다. 그러나 그의 핏줄이 아니기에 이집트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의 장군인 모세는 그런 세티에게 충성을 다하며 람세스를 보좌하려고 한다.
 

[사진=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스틸컷]

어느날 국경의 통치를 맡은 총독의 부정부패를 조사하라는 임무를 받은 모세는 그곳에서 히브리인의 족장 눈(벤 킹슬리)으로부터 “네가 태어난 해에 히브리인을 구원해줄 지도자가 나온다는 예언이 있었다. 그 해에 태어난 모든 장남들은 죽임을 당했지만 너는 어머니의 기지로 누나에게 맡겨져 나일강에 던져지고, 다시 이집트 왕족의 구원을 받아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던 모세는 경비병 2명을 살해하고 자리를 뜨지만 이를 전해들은 총독은 람세스에게 모세의 정체에 대해 고한다. 결국 유배지로 보내진 모세는 람세스의 어머니 투야(시고니 위버)로부터 암살 위기를 넘긴다. 긴 여정 끝에 아내 십보라(마리아 발베르드)를 만나 가정을 꾸린다. 종교가 없었던 모세는 신들의 산으로, 출입이 금지된 호렙산에서 계시를 받는다. 작은 어린 아이의 형상을 한 신(神)은 “너는 너의 동족을 구할 생각이 없는 것이냐”는 다그침을 받고 결국 가정을 떠나 이집트로 돌아간다. 히브리인들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치고 가나안으로 돌아가자는 희망을 안긴다.
 

[사진=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스틸컷]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로부터의 해방은 더디기만 하고 결국 신은 “지켜보라”며 이집트에 10가지 재앙을 내린다. 먼저 나일강이 피로 변하고, 거리에는 개구리가 들끓는다. 비옥했던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고, 집집마다 파리가 가득찬다. 이집트에 질병이 창궐해 가축과 사람들이 피부병에 걸리고, 독종이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우박으로 주민들이 다치고, 메뚜기 떼가 나타나 채소와 과일을 먹어치웠다. 3일동안 어둠이 찾아오고, 이집트인들 가족의 모든 장남이 갑작스럽게 죽는다.

이 과정에서 모세는 고뇌에 빠진다. 신과 말싸움까지 한다. 자신을 키워준 이집트에 내려진 재앙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마지막 10번째 재앙에 대해서는 람세스에게 경고까지 했다. 자신의 아들을 잃은 람세스는 결국 모세와 히브리인들에게 “너희가 바라는 곳으로 향하라”며 추방한다. 그러나 아들을 잃은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었고 대군을 이끌고 모세를 추격한다.
 

[사진=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스틸컷]

영화 자체가 구약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엑소더스’는 종교적인 영화라기보다는 모세의 내면 표현에 주력했다. 초반 스펙타클한 전투신으로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결국에는 구원자로 각성하는 모세의 성장통에 관한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성서를 영화의 소재로 쓰면서도 무신론자답게 신의 행위를 비판하는 연출을 했다.

작품 속 신은 모세에게 혁명, 또는 반란을 부추기면서 모세와 히브리인 무리가 편하게 자유를 찾게 해주지 않는다. 가나안 땅을 찾아 떠난 모세는 중요한 갈림길에서 길을 잃게 되고, 신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 홀로 찾아간 길의 끝에는 홍해가 기다리고 있었고, 뒤는 이집트 군대가 바싹 쫓았다. 포기하려던 모세는 다음날 아침 홍해의 물이 빠지는 모습을 보고 히브리인을 이끌고 건너가고, 자신의 아내에게 종교를 바꾸라고 말한다.

신은 시나이산(현존하는 라오즈산, 시내산이라고도 불림)에서 모세에게 10계명을 비석에 새기라며 “이제는 내가 필요 없을 것이다. 이 비석이 나를 대신할 것”이라며 “이제 네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크리스천 입장에서는 ‘엑소더스’가 오리지널 성서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모세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이 모세에 대해 “정신분열증 환자”라면서 “내가 읽어본 사람 중에 가장 야만적인 인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엑소더스’에서 보이는 모세가, 구약에서 영웅시되는 모세가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12세 이상 관람가로 2D, 3D, 4D, IMAX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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