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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는 무려 46년간 ‘종교인 과세’를 시도했지만, 늘 소리만 요란한 채 무위에 그쳤다. 올해도 지난 9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는 불발됐다. 더구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10일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규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만약 시행령 규정이 여당 요구대로 개정된다면 시행령을 통한 종교인 과세는 내년 1월이 아닌 2017년 1월로 미뤄지게 돼 국민적 비난 여론은 거세질 전망이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대한민국 헌법 38조 ‘모든 국민은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의 예외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종교인들의 ‘면세특권’이다.
정부와 국회는 무려 46년간 ‘종교인 과세’를 시도했지만, 늘 소리만 요란한 채 무위에 그쳤다. 올해도 지난 9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는 불발됐다.
더구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10일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규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만약 시행령 규정이 여당 요구대로 개정된다면 시행령을 통한 종교인 과세는 내년 1월이 아닌 2017년 1월로 미뤄지게 돼 국민적 비난 여론은 거세질 전망이다.
◆ 종교인 과세, 46년째 시도만…올해 정부수정안, 종교인에 이득
종교인 과세 논란이 시작된 것은 1968년부터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성직자에게도 갑종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가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금새 물거품이 됐다. 이후 1983년에도 천주교 전국교구 관리국장 회의에서 갑종근로소득세 납부 필요성이 제기됐만, 역시 종교계 전반의 반발에 부딪혔다.
1992년에는 한명수 당시 수원 창훈대교회 담임목사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손봉호 서울대 교수가 한 월간지 지면 토론으로 다시 이슈화됐다. 그러나 당시 국세청이 ‘종교단체의 결론’을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종교인 과세는 불발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종교인 과세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개세주의’를 언급하면서다. 이를 기점으로 논의를 거듭했던 종교인 과세는 2013년 정부에 의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됐으나, 종교계의 반발과 이들의 표심을 걱정한 다수의 국회의원들의 동조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집권초기부터 종교인 과세의 군불을 떼다가 올해 초 종교계의 반발을 감안해 대폭 완화된 수정안을 제시했다. 소득세 ‘원천징수’ 방침을 ‘자진신고·납부’로 바꾸고, 저소득 종교인에게는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 등 대폭 양보했다.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도 하지 않겠다는 옵션도 제시했다.
이같은 정부수정안이 적용되면 거둬들일 세금은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EITC로 교계에 지급되는 세수는 1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종교인 전체로 보면 제도 도입에 따른 이득이 더 크지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일부 개신교에서 “종교탄압”이라며 법안 신설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 종교계 여전한 반발…국회, 시행령 개정으로 충격 완화
거듭된 반발 여론을 두려워한 국회의원들은 법안 추진에 굼뜬 모습을 보였고, 결국 소득세법 개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국회는 상대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반발이 덜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는 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위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규정의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종교인이 종교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인 ‘기타소득’ 가운데 ‘사례금’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종교인들의 소득 가운데 필요경비 80%를 제외한 20% 중 20%(4%)를 소득세로 원천징수하는 내용으로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10일 “전날 의원총회에서 종교인 과세 관련 시행령의 시행을 2년 늦추는 방안이 보고됐다”며 “이를 당의 입장으로 정했으며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정부를 상대로 요청하고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내년 1월 시행을 주장하고 있어, 새누리당의 요구가 수용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더구나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종교계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후폭풍도 문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은 “(새누리당이 내년 1월 시행에 앞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해도) 종교인들이 또 다시 종교인 과세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역구에 기반한 국회의원들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으로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3%가 종교인에 대해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과세를 해야 한다' 과세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봉사활동 등 자율성을 감안해 과세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4.4%였고 ‘잘 모른다’는 응답자는 10.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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