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자금시장의 글로벌화, 민간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중국이 '인수합병(M&A) 황금시대'를 맞이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기업이 국내외에서 추진한 M&A 규모는 역대 최고였다.
중국 관영매체 상하이증권보(上海證券報)는 18일 톰슨-로이터스의 통계를 인용, 올해 중국기업 M&A 규모가 전년동기대비 44% 증가한 3962억 달러(약 434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8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분야별로 금융업, 에너지, TMT(기술·미디어·통신) 등 3대 업종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했다. 특히 금융업계의 M&A가 가장 활발해 그 규모는 역대 최고치인 85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인수합병 규모의 21.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전체 거래 중 중국 기업간 M&A 규모는 2961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1685억 달러) 규모를 월등히 넘어선 것은 물론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외자 M&A는 460억 달러에 달해 전년동기대비 22.6% 늘어났다. 특히 중국 부동산업계 인수합병을 목표로 한 외자 M&A는 전년동기대비 26.9% 증가한 137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기업의 글로벌 M&A는 518억 달러로 2009년(399억 달러) 이래로 연간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로 에너지전력 산업에 집중돼 총 42건의 인수합병이 이뤄졌다. 지역별로는 유럽지역으로 활발한 중국기업 진출이 이어졌고, 그 규모는 177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93억 달러)와 비교해 90.8% 증가한 수치이자, 2008년(192억 달러) 이후 최고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국영 송전회사인 국가전력망공사가 지난 7월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수송망 기업인 카사데포지티 레티(CDP Reti) 지분 35%를 28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올해 M&A를 추진한 기업 중 최대 규모는 '중신타이푸(中信泰富·CITIC 퍼시픽)'가 모회사 중신그룹(中信集團) 자산을 인수한 건으로 그 규모는 422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역대 최대규모로 기록된 홍콩 통신서비스 공급업체 홍콩잉커(香港盈科)의 홍콩통신(香港電訊) 인수합병 규모(355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처럼 중국 기업의 M&A가 활발한 이유로는 중국 국유기업 혼합소유제 개혁, 중소 벤처기업 전용 장외시장인 신삼판(新三板) 거래활발, 중국 정부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 구상 등 3대 요인을 들 수 있다.
우선, 인프라 및 에너지 등 기간산업을 맡고 있는 국유기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일부 지분을 민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혼합 소유제'를 실행하면서 민간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된 것이 중국 M&A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최대 국유 석유기업인 시노펙(中國石化·중국석화)은 석유소매 부문의 최대 30%를 민간자본에 매각키로 했다. 이는 시가 175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통해 올해 에너지와 전력산업 분야에서 이뤄진 M&A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상승한 522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M&A의 13.2%를 차지하는 규모다.
최근 신삼판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중소 기업들이 활발한 투자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중국 기업의 M&A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최근 중국에서는 과거 M&A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국유기업의 주도권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밖에 저우추취 구상에 따른 중국 기업의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 위안화의 국제화 가속화, 후강퉁 정책을 통한 중국 자금시장의 글로벌화 또한 중국 기업의 M&A 시장을 확대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의 M&A 열풍과 함께 '사모 M&A 펀드' 설립도 늘면서 중국 M&A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올 들어 11월까지 이미 30여개의 상장기업이 사모 M&A 펀드를 설립하거나 투자했고, 주로 의약, TMT, 미디어, 환경보호 등 영역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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