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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완판인 듯 완판 아닌 완판 같은 패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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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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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패션을 담당하면서 신제품 출시 자료만큼 많이 받는 메일이 완판(매진) 자료다. '○○○ 원피스 판매 완료', '△△△ 가방 완판 직전' 등의 자료를 하루에도 3~4건 이상 접한다.

업체들이 완판에 집착하는 이유는 확실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특정 제품 앞에 완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해당 제품은 갖고 싶어도 갖기 힘든 제품으로 바뀐다. 여기에 인기 연예인이 사용했다는 설명이 더해지면 소비자의 소유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보내준 자료를 살펴보면 100만원 가까운 아웃도어 패딩이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매진되고, 인기 아이돌이 신은 운동화는 출시와 함께 모두 팔린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제품이 판매되었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매진의 기준이 업체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의류는 초도물량의 95~98% 이상이 판매돼 인기 사이즈의 구입이 힘들 경우, 가방은 대부분 100% 판매가 완료됐을 때 완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패션업체들은 판매개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완판'이라는 사실만을 강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는 일부러 초도물량을 적게 만들어 인기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뒤, 곧바로 리오더에 들어가 엄청난 물량을 쏟아낸다. 쉽게 물건을 구입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소비자는 해당 물건을 보고 '득템'이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지갑을 연다.

명품브랜드의 경우에는 희귀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은 전략을 사용한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속 여배우가 입었던 제품이 1000만원에 가까운 고가에도 완판됐다는 사실에 놀란다. 하지만 해당 제품이 한국에 단 세벌만 수입됐다는 건 모른다.

다른 사람이 사지 못한 물건을 내가 구입한다면 이는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힘들게 구한 줄 알았던 물건이 사실은 허울만 완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속은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완판이라는 겉모습과 얄팍한 상술을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기보다 제품의 질과 소통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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