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본원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물질을 물에 타 마시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완벽하게 제거하고 치매 증상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다. 세계적으로 처음 보고된 치료방법이다.
이 물질을 개발한 김영수 KIST 뇌과학연구소 박사, 김동진 소장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가 정상인의 뇌에도 분포돼있긴 하나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만 응집돼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응집체와 다양한 합성화합물들 간의 상호 반응을 조사한 결과 EPPS가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를 독성이 없는 단량체 형태로 풀어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식수에 EPPS을 녹인 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게 3개월간 투여해 뇌기능의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와 대뇌피질 부위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또한 실험용 쥐의 기억력 검사로 쓰이는 Y-미로시험(Y-maze), 공포조건화(Fear conditioning), 모리스 수 미로실험(Morris water maze)과 같은 행동시험에서 약물을 섭취한 알츠하이머 실험용 쥐의 인지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신경 염증도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뇌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GABA 급성분비도 억제됐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EPPS가 뇌의 혈관장벽을 투과해 경구로 섭취해도 뇌에서 흡수가 잘 되는 물질이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별도의 복잡한 투약절차 없이 식수 등 음식으로 EPPS를 섭취해도 효과가 높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EPPS가 의약품으로 허가될 수 있도록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혈액 진단 시스템 개발 사업과도 연계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김영수 KIST 박사는 “이번에 발견한 EPPS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능을 신약 개발에 적용하면 인체 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없으며 효능이 우수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진 KIST 뇌과학연구소장은 “임상 연구를 수행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만으로도 치매의 근원적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라고 했다.
연구결과는 9일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과학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EPPS rescues hippocampus-dependent cognitive deficits in APP/PS1 mice by disaggregation of amyloid-ß oligomers and plaque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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