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자신의 경영 승계를 위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본인의 구속 여부를 판가름 지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공여 금액은 430억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18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우선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을 살펴볼 예정이다.
삼성이 최씨에게 건넨 거액이 뇌물인지, 강요인지를 알아야 삼성과 이 부회장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가 소유한 유령 회사인 독일의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의 후신)에 건넨 35억원의 컨설팅 비용이나 삼성전자 명의로 구입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명마 비타나V 등을 뇌물로 판단했다.
법리적으로 뇌물은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련해 받은 금품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 측에 지원한 자금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준 뒷돈이고,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지원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이 이 같은 사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 법원은 정확히 규명해야 하는 소임을 맡게 됐다.
법원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합병을 목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민원을 넣으려고 최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정황이 사실로 나타나면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삼성이 박 대통령의 보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다면 삼성은 '강요·공갈' 행위의 '피해자' 측면이 부각된다. 이 같은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다.
삼성은 그동안 "박 대통령의 협박과 강요·공갈에 가까운 요구로 최씨 측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지원했다"고 주장해왔다. 삼성은 영장심사에서도 최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압박과 강요에 의한 것'으로 주장할 전망이다.
아울러 삼성은 앞서 검찰이 최씨 등을 구속기소하며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으로 보고 삼성을 비롯해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을 공소장에 피해자로 명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법원에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재단 출연금과 별도로 이뤄진 비덱스포츠 지원과 관련돼 있어 기본 전제나 사실관계가 다르지만, 어쨌건 특검팀과 삼성 측은 '강요·압박' 내지 '강제 지원' 프레임을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놓고도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팀과 삼성 간 사실관계를 둘러싼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비덱스포츠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동안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증언과 달리 합병을 위해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법 김모 부장판사는 "이번 영장실질심사에선 이 부회장이 최씨의 존재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도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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