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대한전문건설협회(KOSCA)의 7억원 비자금 조성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일부 산하 시·도회 관계자들이 공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낸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7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대한전문건설협회 소속 3곳 시·도 회장 3명 및 관계자 1명 등 총 4명은 작년 4월 총선 전 협회 공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입건,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후원액 법정 한도인 500만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가족 및 직원 이름으로 후원금을 나눠 제공하는 속칭 '쪼개기' 형태로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단체 및 법인은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제공해서도 안 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시·도 회장 3명, 관계자 1명 등 총 4명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개인 자금이 아닌 판공비로 정치자금을 마련한 점이 문제가 됐다"며 "또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총 3명이며, 이들은 각각 500만원, 500만원, 100만원씩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정치자금 문제는 협회와 무관하다. 조성한 분들의 개인적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전문건설업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건설업 관련제도 개선 등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돼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시·도 관계자들의 문제로 치부할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건설업계 연구원은 "'비리의 온상', '들러리 담합' 등 가뜩이나 건설업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일반 단체도 아닌 정부 산하 기관이 정치자금 일에 연루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야말로 '모럴 헤저드(Moral Hazard)'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시·도 협회장이 공금을 횡령해 정치자금 마련에 나서는 동안 이에 대한 중앙회의 감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심각하다고 본다"며 "또 비자금 무혐의 종결에 대한 부분만 강조할 뿐 정치자금 마련 등의 문제에 대한 재발 방지 등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모습도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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