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5년 230억 달러(약 26조원)에서 2020년 1000억 달러(약 113조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아마존도 10년 후 주요 수익은 인도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서 만난 박민준 코트라 인도전문위원은 4차 산업혁명과 만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도만큼 기업하기 좋은 시장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65%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15년 4G서비스가 시작돼 스마트폰의 보급이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잠재력을 넘어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은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경제의 한 예일 뿐이다. 인도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많은 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시장의 성장도 빠르다. 2017년 현재 3억명으로 추산되는 인도 인터넷 사용 인구는 오는 2030년 10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우리 기업들에게 인도는 독자적인 시장이라기보다 중국의 대체 시장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또 기업 활동이나 투자보다 배낭여행의 천국 이미지가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박 위원은 우리 기업이 인도 비즈니스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제2의 중국이 아닌 전혀 다른 시장”이라며 “중국과 성격도 다르고 시장의 규모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접근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인도와 문화적으로 다름에도 중국과 같은 공략 방식으로 인도에 진출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인도는 잠재력을 가진 거대시장에서 성장하는 경제대국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기반에는 4차 산업혁명의 좋은 예인 스타트업의 활성화가 있다.
박 위원은 “인도는 세계 3위의 스타트업 국가”라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인이 투자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라고 밝혔다.
인도 소프트웨어산업연합회(NASCCOM)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84억 달러(약 9조5000억원), 투자 건수는 936건로 집계됐다. 스타트업 자금의 90%가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되고 있다.
오는 2020년 인도 스타트업은 1만1500개, 관련 종사자는 약 25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는 인도정부의 “후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스타트업 육성 기조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박 위원은 “모디노믹스 출범 이후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라며 “인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인프라 개발, 산업육성, 메이크인 인디아 제조업 육성의 선순환이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뢰하는 브랜드 ‘코리아’··· 구매하는 브랜드로 변화 필요
많은 우리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해 있지만 2008년 이후 진출은 답보 상태라고 박 위원은 밝혔다.
그는 “일본은 제트로(일본무역진흥기구)와 기업의 협력으로 인도 진출이 우리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라며 “우리가 놓친 사이 일본 기업은 인도 곳곳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우리 기업이 인도에서 존재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도 시장조사기관이 발표하는 각종 지표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삼성전자나 LG전자가 1위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신뢰도만큼 우리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은 따라가지 못한다고 박 위원은 설명했다. 2008년 이후 우리 기업들이 인도에 신규 투자를 하는 규모가 중국, 베트남 등에 비해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만큼 우리 기업의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지화 전략, 합작투자 등을 통해 인도 진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위원은 일본의 인도 진출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인도에 진출하는 이유는 내수 시장의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 때문”이라며 “일본이 가장 유망한 투자 국가로 인도를 꼽는 이유를 우리 기업들이 되새겨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민준 코트라 인도전문위원은 누구?
박민준 코트라 전문위원이 인도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이 계기가 됐다.
그는 “미국에서 컴퓨터 과학 석사 과정을 하면서 학교는 물론 실리콘밸리 등에 인도 출신이 많은 것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됐다”며 “이후 인도 특유의 역동성과 빠른 변화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학업을 마치고 지난 2006년 코트라 뉴델리무역관 주재원으로 인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뉴델리 부관장을 거친 후 귀국했다.
한국 근무를 마친 후 다시 인도로 돌아가 첸나이 무역관장을 지냈다. 귀국 후에는 코트라 시장조사실 인도담당을 맡았다.
박 위원은 인도 현장 근무만 8년으로, 국내에서 관련 업무 경력까지 합치면 인도 업무만 10년을 해온 베테랑이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습득한 정보와 경험을 녹여낸 ‘포스트 차이나 진짜 인도를 알려주마’를 펴내기도 했다.
한편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되는 아주경제 GGGF(Good Growth Global Forum)에서 박 위원을 통해 복잡한 인도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시장을 전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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