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폭탄관세 부과 결정을 보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핵심 참모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최종 결정이 일시적으로 미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전날 백악관에서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여부를 논의했지만, 회의론이 우세해 결정을 유보했다. 자동차 관세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반발로 중국을 상대할 공동전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올 초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로 EU, 일본, 캐나다, 멕시코를 비롯한 동맹국들의 반발을 샀다. 미국은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역시 국가안보위협을 명분으로 삼았다. 동맹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국은 지난해 827만 대, 약 1917억 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입했다. 수입차 원산지 비중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가장 높지만, 두 나라는 최근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타결지어 국가안보위협을 근거로 한 새 폭탄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NAFTA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거듭났는데, USMCA는 역내 생산 부품 비중 등 몇몇 강화된 조건을 충족한 자동차에 무관세 혜택을 보장한다.
이에 따라 독일,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이 자동차 폭탄관세의 주요 표적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90일간 숙고한 뒤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FT는 국가안보위협 문제가 입증되면 훨씬 빨리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은 미국의 새 폭탄관세가 중국산 자동차 부품 수출에도 직격탄을 날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가열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상무부의 수입차 관련 보고서 초안을 놓고 논의한 참모들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해서는 준비가 더 필요하고, 상무부 보고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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