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매각 계획은 없다. 모기업과 롯데가 미니스톱 브랜드를 놓고 이견이 많았다”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가 매각 철회를 또 한번 공식화 했다.
모기업 일본 이온그룹이 지난해 11월부터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추진에 나섰지만, 2개월 넘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결국 지난 29일 매각 철회를 공식화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매각을 하려다 자발적으로 중단한 회사 입장에서 말을 아껴야 하건만 심관섭 대표의 매각 철회 후 일련의 발언이 이외라는 반응이다.
심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온그룹은 미니스톱 브랜드 유지, 주식가치, 매각후의 리스크 등 다양한 상황을 고심했고 (이런) 조건이 맞지 않았다”면서 “한국 회사들은 가격만 맞으면 살 수 있다고 간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를 겨냥해서는 “인수자가 롯데라면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 두 브랜드를 가질 수도 있을텐데, 한국에서는 점포만 가져가서 자사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거래무산의 책임을 롯데에 돌렸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심 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은 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인 롯데그룹, 이마트24의 모기업인 신세계그룹, 사모펀드인 그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3파전 양상을 보였다.
그러다 롯데가 가장 높은 4300억원의 인수 가격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미니스톱의 롯데 인수는 목전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인수합병의 달인’으로 불리는 롯데로부터 승전보가 들리지 않았다. 지지부진 2개월을 넘기다 결국 거래는 무산됐다.
매각 철회 소식은 의외의 곳에서 흘러나왔다. 지난 주말인 26일 후지모토 아키히로 일본 미니스톱 사장 일행과 신동빈 회장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롯데월드타워 120층을 함께 둘러본 신동빈-후지모토 일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니스톱의 롯데 인수가 확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돌연 28일께 이온그룹이 매각 철회를 선언했고, 한국미니스톱도 이를 인정했다.
업계에서는 일련의 과정 속 ‘롯데의 침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도 매각 철회를 전하려 온 이온그룹 관계자들을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모습은 한국 재계의 정서와 맞지 않을 정도로 생경했다. 롯데 측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일본 파트너에게 예의를 다한 것이란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에서 제과 사업을 해온 롯데와 현지 유통채널망을 보유한 이온그룹 양사는 원래부터 사이가 좋은 협력사”라면서 “매각은 불발 됐지만, 신 회장이 이온그룹 일행에게 예를 다한 것”이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 주도권도 없는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가 매각 철회 후 의욕에 넘치는 발언을 한 것 같다”면서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인데, 매각을 철회한 게 그리 떠들 일은 아니지 않냐”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