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 사실상 금수조치에 해당하는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자 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본격적인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3일 "일본의 조치가 WTO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수출통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본격적인 법률검토에 들어갔다"며 "담당부서에서 실무적인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당장 4일부터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자국산 소재·부품의 수출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발표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WTO의 규칙에 정합적이다(맞다).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자유무역에 관한 WTO 정신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일본의 행태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1994) 제11조를 위배한 것으로 본다"라면서 "GATT 제11조는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닌 경우 수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GATT 제11조는 수입·수출에서 수량 제한 시 시장의 가격 기능이 정지되고, 관세보다 쉽게 무역 제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면 수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TV와 스마트폰 액정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부품인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 수소(에칭 가스) 등 3가지 품목을 '포괄적 수출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별 수출허가 대상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이 한국에 이 품목들을 수출하려면 계약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량 제한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 및 첨단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외환법)에 따른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기로 하고 시행령(정령)을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상에서 제외되면 집적회로 등 일본의 국가안보에 관계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일본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도 WTO에 제소하는 방안에 대해 법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이 조치를 실행할지 여부는 유동적이기 때문에 정부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WTO 분쟁 해결절차 상의 첫번째 조치인 양자협의를 일본에 요청하기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WTO에 일단 소장을 제출하면 다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법률검토를 거쳐야 하는 것도 실제 소송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통상 전문가들은 현재 반도체, 정보통신(IT) 산업 생태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양국이 소송 등 분쟁절차에 들어갈 경우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그 사이 양국 업계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며 외교정치적 협의를 통해 푸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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