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7개국(G7) 정상회의 개막과 함께 'G7 무용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국면에서 유효한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사실상 G7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 격화가 이미 G7 정상회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면서 "G7 정상들은 트럼프에 대한 우려 속에 조용한 정상회의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이번 G7 정상회의가 위협 세력에 맞설 연대의식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낙관론은 희박한 상태”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본인조차도 지난 몇 주간 참모들에게 '올해 G7 정상회의에 왜 참석해야 하느냐'며 '시간낭비'라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 방해자(the disrupter-in-chief)'로 칭한 뒤, 이번 정상회의에서 "분열이 곧 규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22일 'G7은 죽었다. 잭슨홀이여 영원하라(The G-7 Is Dead. Long Live Jackson Hole)'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G7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포린폴리시는 "세계 경제가 망하든 말든 (G7) 국가들은 합의할 게 거의 없다"며 G7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쇠퇴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 G7 정상회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와 사실상 무관하다면 이는 G7 종말의 전조가 될 수 있다”면서 유럽 주요 성장엔진이었던 독일의 경기침체를 거론한 뒤 글로벌 불황을 예방하기 위한 G7 정책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1973년 백악관 도서관에서 열린 비공식 환율 논의 이후 G7은 효과적인 정책협력 사례를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 G7이 창설 이후 보여준 성공적인 정책협력 사례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얘기다.
포린폴리시는 글로벌 경기침체 대응책에 대한 시장의 시선이 오히려 잭슨홀 미팅에 몰리고 있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중앙은행들이 쓸 수 있는 수단은 더욱 고갈됐다. 이대로 간다면 글로벌 경기침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몇년간 G7의 유일한 정책효과는 러시아를 쫓아낸 것"이라며 "올해의 가장 큰 뉴스는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재합류 추진이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매년 여름 개최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이는 자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올해는 '통화정책의 도전들'이라는 주제로 22~24일에 열렸다. G7 정상회의는 잭슨홀 미팅 폐막일인 24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미국과의 이견을 이유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억지 합의를 통한 밋밋한 성명은 안 내는 게 낫다는 얘기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G7정상회의에서는 독일의 경기침체 우려, 프랑스와 미국의 ‘디지털세’ 및 ’와인세' 대립,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 행보 등이 맞물려 각국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G7 정상회의를 위해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대거 영향을 받는 프랑스의 디지털세 부과 방침에 대한 보복관세(이른바 와인세) 가능성을 경고했고,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G7 정상회의 공식 개막에 앞서 "만약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EU도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번 회의에서 공동선언 무산되면 1975년 G7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불공정 무역관행을 비판하는 공동선언을 함께 채택하고도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단적으로 선언을 철회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선진국 모임인 G7과 달리 세계 경제·안보 지형을 좌우하는 주요 선진·신흥국이 두루 참여하는 G20도 이미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G20 정상들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 모였지만, 공동선언에서는 '반(反) 보호무역주의' 문구가 2년 연속 빠지고 ‘지구온난화’ 문제조차 거론되지 않는 등 정상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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