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의 '모노즈쿠리', 국산화 앞당기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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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8-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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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원승일 기자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장관의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는 모노즈쿠리(物作り) 대국으로서의 책임" 발언이 논란이었다.

산케이(産經)신문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인데 한국에 무기전용이 가능한 전략물자 관리체제가 불충분한 점이 있어 수출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이 무기로 쓰일 수 있어 수출규제가 아니라 수출관리가 필요하다는 건데 그저 자국의 수출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했다.

그는 일본을 대신해 '모노즈쿠리(物作り) 대국'이란 표현을 썼다. '물건을 만들다'라는 뜻의 모노즈쿠리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제조문화를 상징한다.

일본 경제를 흔히 '모노즈쿠리 경제'로 비유하는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세코 장관의 말에도 묻어난다.

우리나라에도 모노즈쿠리와 유사한 '대한민국 명장' 제도가 있다.

​대한민국 명장은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이들 중 해당 직종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해마다 선정한다. 지난 1986년 이 제도가 도입된 후 현재까지 모두 639명이 선정됐다.

올해는 현대자동차 윤장우 차장이 절삭가공 직종 중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부품 가공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명장 6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상황에서, 이 직종 기술은 이미 국산화가 진행돼 일본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윤 차장은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긍지를 갖고 이론·실무·인격을 갖춘 기술자로서 후배 양성과 기술 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장이 기술을 전수해 명장을 낳겠다는 말인데 달리 보면 정부 주도로 명장을 양성하는 현 제도가 갖는 한계가 느껴져 씁쓸하다.

700년간 가업을 이어온 '일본도(日本刀) 장인'처럼 20~30대째 명장 가문이 많은 일본의 모노즈쿠리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후에야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 기술이 절실하다 보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보다 근간에는 정부 주도보다 자발적으로 기술이 전수되는 문화, 숙련 기술을 장려하고 명장을 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수백 번의 역경과 실패를 극복하고 익힌 대한민국만의 고유 기술, 그 기술을 전수해 인재를 양성하는 한국의 모노즈쿠리가 국산화를 앞당기는 첩경이다.
 

경제부 원승일 기자 [사진=원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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