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도봉구 보건소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날 9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백신 첫 접종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감돌았다.
백신 접종은 예진표 작성, 백신 접종, 이상반응 모니터링 순으로 진행했다. 도봉구 1호 접종자는 김정옥(57) 노아재활요양원장이다. 김 원장을 따라 이날 백신 접종 과정을 살펴봤다.
김 원장은 오전 9시1분경 접종실로 입장했다. 접종실에 도착하니 접종 대상자 명단 확인란과 체온 측정기, 손 소독 등이 비치돼 있었다.
의료진은 고무장갑을 끼고 유리병을 꺼내 입구를 소독한 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사기에 삽입했다. 김 원장은 왼쪽 팔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접종에 소요된 시간은 7~8초 정도였다.
의료진은 “주사 맞은 부위가 붓거나 아플 수 있다”며 “귀가 후 열이 심하게 나면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접종 후 15분간 대기한 후 3시간 이상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회 접종이 권장 사항이어서 8주 후인 4월23일 2차 접종을 하라는 안내도 덧붙였다.
김 원장은 접종 후 이상반응 확인을 위해 대기장으로 향했다. 그가 접종 14분 뒤인 9시 22분경 속 울렁거림을 호소하자, 의료진이 손가락으로 맥박과 혈압을 체크하고 나서 혈압에 문제는 없다고 진단했다.
의료진이 “혈압이 떨어지는 게 제일 위험한데 긴장해서 그렇다. 긴장하면 과호흡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자, 김 원장은 “어제 긴장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답했다.
9시 32분께 접종실 밖으로 나온 김 원장은 취재진에게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쁘다. 국민들이 마스크를 벗게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하며 안심한 모습으로 보건소를 나섰다.
두 번째 접종자인 노아재활요양원 직원 오정화(45)씨도 접종 후 속이 메스꺼웠지만 곧 괜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처음엔 접종을) 살짝 걱정했는데 지금은 접종했단 자체에 희망을 느낀다”고 했다.
김상준 도봉구 보건소장은 “힘든 위기상황을 겪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것”이라며 “첫 발을 내딛게 돼 지역 보건을 담당하는 담당자로서 감회가 깊고 이를 계기로 빨리 일상으로 주민들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도봉구 보건소에선 요양시설 종사자 약 60명이 접종을 받는다. 도봉구 요양병원·시설 종사자·입소자 등 1차 접종대상은 총 3167명이다. 전국적으로는 213개 요양시설에서 5266명의 입소자·종사자가 접종을 받는다. 다만 요양병원 접종자 규모는 특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내달까지 전국의 5803개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 28만9480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활용한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하루 뒤인 27일부터는 화이자 백신을 도입해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 등 143개 기관 5만4498명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시작한다.
정부는 이번 백신 접종을 통해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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