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매체들이 중국 최대 O2O(온·오프라인 연계사업) 가사도우미 플랫폼 톈어다오자(天鵝到家)의 최근 행보를 이처럼 비유했다. 톈어다오자는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제1호 중국 가사도우미 상장 기업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라는 리스크도 직면하고 있다.
톈어다오자, 미국 시장 노크...올 하반기 상장 목표
중국 정보통신(IT) 매체 36커에 따르면 지난 3일 톈어다오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종목 코드 'JIA’로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상장 주관사는 중국 대형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스위스 UBS은행과 JP모건 등이 맡았다. 구체적인 공모가, 자금조달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톈어다오자는 조달된 자금을 제품 개발, 사업 확대, 인프라 업그레이드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 전부터 톈어다오자는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제1호 중국 가사도우미 플랫폼인데다, 중국 큰손들의 투자를 줄줄이 받을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톈어다오자는 지금까지 4차례 투자를 받았는데, 투자자 라인업이 꽤 화려하다. 지난 2015년 58퉁청의 엔젤 투자를 받았으며, 같은 해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밖에 화신투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알리바바의 차이냐오, 훙룬자본, 첸하이모펀드 등도 톈어다오자에 투자를 했으며, 지난해 9월엔 세쿼이아캐피털이 전략적 투자를 하기도 했다.
실적도 양호하다. 지난해 매출은 7억1100만 위안(약 1247억원)으로, 2019년보다 16.4% 증가했다. 지난해 12월까지 톈어다오자 플랫폼의 총 거래금액(GTV)이 88억2800만 위안으로 동종업계 2~5위 기업의 합계보다 두 배 많다. 이는 톈어다오자가 가사 도우미를 찾는 많은 소비자들의 '제1 선택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아직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적자 폭이 매년 줄어들고는 있다.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2018년 순손실은 연간 매출의 148.2%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순손실이 연간 매출의 80.3%까지 떨어졌다.
톈어다오자, 중국발 규제 리스크 피할 수 있을까
톈어다오자의 뉴욕 증시 상장은 실탄 조달 목표도 있지만, 58다오자(58到家)의 '야심'이 숨어있다고 36커가 전했다. 원래 톈어다오자의 전신은 58다오자다. 한국인들에게 58다오자라는 기업은 생소하지만, '58퉁청(58同城)'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58퉁청은 중국 생활정보 플랫폼으로, 지난해 9월 발행 주식을 되사들여 미국 증시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사유화를 선언한 바 있다. 상장 폐지되기 직전에 58퉁청은 58다오자, 콰이거우다처(快狗打車), 안쥐커(安居客) 등이 분리됐고, 58다오자는 최근 톈어다오자로 명명했다. 36커는 58퉁청이 톈어다오자를 통해 뉴욕 증시에 재입성하려 한다고 관측했다.
다만 톈어다오자의 상장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징둥, 메이퇀 중국 정보통신(IT) 공룡들도 힘을 쓰지 못했던 가사 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긴 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규제 여파에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당국의 표적이 된 중국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은 물론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다른 대형 기술주의 주가는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시 확인된 '차이나 리스크'에 뉴욕증시 IPO를 준비하던 몇몇 중국 기업들이 상장 절차를 중단하거나 홍콩 증시에 대신 상장하는 대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기에 톈어다오자가 뉴욕 증시를 택하는 것은 '스스로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자살행위'라는 주장이 나온다.
아울러 상장이 아닌 서비스 질 개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중국 가사도우미 서비스 표준화 및 품질 관리에 대한 요구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톈어다오자는 거주 지역이나 중개 업소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제각각 다르고 인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신고 플랫폼 ‘헤이마오(黑貓)’에 따르면 4월 초 기준 톈어다오자의 소비자 불만 제기 누적 사례는 1180건에 이른다.
소득증가·세 자녀 정책 등 호재로 中 가사도우미 서비스 시장 '훨훨'
그럼에도 톈어다오자의 사업 전망은 밝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중국인들의 소득 증가와 세 자녀 정책 실시로 가사 도우미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 분야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 당국이 양로 서비스 산업 육성을 언급하면서 정책적 수혜가 기대된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업체 아이리서치미디어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중국 가사도우미 서비스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가사도우미 산업 규모는 매년 20%의 속도로 고속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가사 도우미 시장 전체 규모는 9090억 위안(약 159조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조 위안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리서치미디어는 이 속도라면 2025년엔 시장 규모가 2조1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비교적 높은 임금 수준이 중국 가사도우미 산업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불과 10년 전만 해도 가사 도우미의 평균 보수는 1000위안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7000~9000위안(약 157만원)으로 웬만한 직장인 월급 수준을 훌쩍 웃돈다.
최근 들어 대졸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가사 도우미를 선택하는 대학 졸업자도 많아지고 있다. 과거 가사도우미 연령은 주로 40대였으나 지금은 20대가 전체 가사 도우미 시장의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 최고 명문 대학 졸업생이 가사 도우미를 한다는 기사가 중국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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